- 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7두38874 판결 -

1. 사안의 개요

원고는 1976년 12월 15일 대한민국에서 태어났으나, 2002년 1월 18일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외국국적의 재외동포이고, 피고(주로스엔젤레스총영사관 총영사)는 법무부장관으로부터 사증 발급권한을 위임받은 재외공관장이다.

인기가수였던 원고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병역의무를 면제받자, 병무청장은 국군 장병의 사기 저하 등을 이유로 법무부장관에게 입국 금지를 요청했고, 법무부장관은 2002년 2월 1일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원고의 입국을 금지하는 결정(이하 ‘입국금지결정’)을 했다. 원고는 2015년 8월 27일 피고에게 재외동포(F-4) 체류자격의 사증발급을 신청했는데, 피고는 원고의 아버지에게 전화로 사증발급이 불허됐음을 통보(이하 ‘사증발급 거부처분’)했다.

 

2. 사안의 쟁점

첫째, 입국금지결정의 법적 성질이다. 원고는 법무부의 입국금지결정 당시 이에 대해서는 다투지 않고 13년 7개월 뒤에 내려진 사증발급 거부처분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만약 입국금지결정이 처분에 해당한다면 불가쟁력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입국금지결정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다.

둘째, 사증발급 거부처분의 위법 여부다. 피고는 원고의 아버지에게 전화로 사증발급이 불허됐음을 통보했을 뿐 사증발급 거부처분서를 작성해주지 않았는바, 처분의 방식으로 문서주의를 규정한 행정절차법 제24조 위반 여부가 문제된다. 또한 피고는 입국금지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사증발급 거부처분을 했는바, 관계법령상 부여된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은 위법이 있는지 문제된다.

 

3. 하급심의 판단

서울행정법원 2015구합77189, 서울고등법원 2016누68825 판결의 입국금지결정은 처분에 해당하는데, 원고가 제소기간 내에 불복하지 않아 입국금지결정에 불가쟁력이 발생했고 피고는 입국금지결정에 구속되는바, 그에 따라 사증발급 거부처분을 한 것은 적법하다.

 

4. 대상판결의 요지

입국금지결정은 공식적인 방법으로 외부에 표시된 것이 아니므로 처분에 해당하지 않아 불가쟁력이 발생하지 않고, 사증발급 거부처분은 입국금지결정과는 별개로 관련 법령에 따라 적법성 여부가 가려져야 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처분 이유를 기재한 사증발급 거부처분서를 작성해주지 않고 원고의 아버지에게 전화로 처분 결과를 통보했는데, 이는 행정절차법 제24조를 위반한 하자가 있다. 또한 사증발급은 행정청의 재량행위에 속하는데, 피고는 재량권을 전혀 행사하지 않고 사증발급 거부처분을 했으므로 이는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한다.

 

5. 검토

가. 내부행위의 처분성 판단 기준

대법원은 행정기관 간 상호 내부행위는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므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대법원 1997. 9. 26. 선고 97누8540 판결 등). 그러나 행정청의 내부행위나 중간적 처분으로 보일지라도 국민의 권리가 제한되거나 의무가 발생한다면 항고소송 대상으로 보았는데, 대표적으로 구 도시계획법상의 사업인정이 있다(대법원 1994. 5. 24. 선고 93누24230 판결 등). 기존 대법원 판례는 행정청 내부행위의 처분성 여부를 판단할 때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지의 여부를 기준으로 삼았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사업시행계획인가 처분 취소가 문제된 사안에서 외부적 표시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6두35120 판결 등). 대상 판결은 위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면서, 입국금지결정이 내부전산망에만 입력되고 외부에 표시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처분성을 부정했다. 즉, 내부행위의 처분성 여부 판단에 있어서 외부적 표시 여부가 중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나. 유관기관 결정의 효력

대상판결은 입국금지결정을 행정기관 내부 지시로서의 성격을 가진다고 보았는데 사증발급 거부처분이 입국금지결정을 그대로 따른 것이라고 해서 적법성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상급행정기관이 하급행정기관에 지시하는 경우 하급행정기관은 현실적으로 그 지시에 그대로 따를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러나 대상 판결은 하급행정기관이라 하더라도 해당 행정처분이 재량행위인 경우 재량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바, 앞으로 하급행정기관의 독자적인 판단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민철 변호사·서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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