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생이 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들에게 선물한 책이다. 도발적인 제목 때문인지 그 이전부터 화제가 됐다. 줄임말을 좋아하고, 재미를 추구하면서 공정에 목마른 지금의 20대들이 기성세대와 얼마나 다른지, 그들이 이끌어갈 세상은 어떨지를 조목조목 잘 짚어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시대는 늘 변화한다. 지금 90년대생 청년에게 주목하는 것은 그 변화의 흐름이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데 있다. 우선 그들은 “다르다”. 처음 책장을 넘겼을 때, 당혹하고 낯설었다. 모든 기성세대를 ‘꼰대’로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편함도 느꼈다. 그러나 그 느낌이 바로 다름의 크기에서 기인한 것임을 깨달았다. 한 때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유행했다. 남녀 관계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데에서 출발한다는 내용이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같은 태양계 내 간극이라면, 기성세대와 지금의 90년대 세대는 은하계와 안드로메다계의 간극처럼 커 보인다. 언어, 공간, 가치가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다. 소통은 그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먼저다.

두 번째 그들은 “빠르다”. 책 속에서 표현한 그들의 ‘간단함’이라는 특징은 빠름을 추구하기 위한 방법론이다. 언어가 축약을 넘어 기호화 된다. 귀로 통화를 하고 눈으로 영화를 보고, 손가락으로는 ‘카톡’을 하는 멀티태스킹의 초효율을 즐긴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가는 그들에게 속도는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 아닐 수 없다. 기성세대가 중시하는 기다림이나 인내는 그들에게는 불필요한 낭비로 여겨진다.

세 번째 “종잡을 수 없다”. 변화와 다양성이 커지는 만큼 안전성과 안정성은 줄어든다. 연초에 통용되던 기술이 연말이면 무용지물이 되는 시대이다. 결국 믿을 것은 자신뿐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불리하지 않은 사회시스템을 지향한다. 그들이 공정을 외치는 이유다. 출발점이 다르면 쫓아갈 수 없다. 이렇게 불안하고 종잡을 수 없는 시대 속에서 청년들은 자신들만의 재미를 찾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자신의 개성으로 재미를 생산하고, 누군가의 개성으로 만든 재미를 소비한다. 유튜브로 상징되는 1인 미디어시대의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방식으로 진화한다.

저자(임홍택)는 새로운 시대의 인사관리와 마케팅에 대해 얘기한다. 소비자분석, 인사관리 등 경영분야 전문가로서 식견이 돋보인다. 그의 주장은 단순하다. 90년대생과 소통하려면 그들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법의 영역에서도 시사가 커 보인다. 법은 당대 사회상과 시대상의 반영이다. 또한 사람의 문제이다. 현재 20대 청년의 가치와 태도는 미래 대한민국의 모습을 가늠케 한다. 그들을 깊게 이해하고 변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은 변호사를 비롯한 법조인에게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법의 변하지 않는 주제는 사람이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세대유감(김정훈 외, 웅진지식하우스』 『불평등의 세대(이철승, 문학과 지성)』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존 그레이, 동녘라이프)』

 

/장훈 인천광역시 미디어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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