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를 통해 의료인제도 중 의료인 간의 면허 범위에 관한 법적 쟁점을 살펴보았다. 이번 호는 의료인의 면허 대상인 ‘의료행위’에 대한 법적 평가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인간의 여러 활동 중 신체에 관한 질병을 치료, 예방하거나 건강 증진 등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가 있다. 이러한 활동 중에 의료행위라 불리는 영역은 의료법이 특별히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행위에 대한 규범적 정의는 법에서 정해놓고 있지 않다. 소극적으로 무면허의료행위에 대한 형사처벌규정만을 두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의료행위가 무엇인가는 결국 형사사건에서 사법적 판단에 따르게 된다.

의료행위에 대한 법원의 정의는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 1974년 이전에는 법원은 의료행위를 ‘질병’과 관련된 전문적 행위라고 정의하였다. 따라서 “곰보수술, 눈쌍꺼풀, 콧날세우기 등 미용성형수술은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가 아니므로 오직 일반의사에게만 허용되는 본조 소정의 의료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대법원 1972.3.28. 선고 72도342 판결)”라고 보았다. 그런데 1974년 대법원 1974. 11. 26. 선고 74도1114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기존 판례를 변경하였다. 질병과 무관한 미용시술도 시술과정에 감염 등 인체나 보건위생상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면 의료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코 높이기와 같은 미용시술도 수술과정에서 감염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면허가 있는 의사만이 해야 하는 의료행위로 판단하게 되었다. 이 대법원 판결로 인하여 의료행위는 그 범주가 대폭 확대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질병이나 건강 관련 행위 뿐 아니라 이와 관련이 없더라도 보건위생상 위험의 우려가 있는 모든 행위가 의료행위로 평가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게 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의사들이 학회나 협회를 조직하여 꾸준히 정치적 영향력을 키운 것도 한 이유가 되었다. 또한 1974년 전후 국가에 의한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가 적극적으로 추진된 것도 원인이다. 의료보험제도가 조기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의사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의료보험제도의 시행은 의사의 수가 결정의 자유가 희생됨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의사의 반발에 대한 타협의 산물로 정부는 무면허의료행위 단속을 위한 의사의 면허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시대상황을 거쳐 질병과 관련이 없는 행위라도 위험성이 있으면 의사만이 하여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생겼다고 평가할 수 있다. 흔히 대학가 주변에서 행해지고 있는 귀걸이를 위한 귓불 뚫기나 미용문신행위도 감염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의사만이 해야 하는 의료 행위로 사법적 판단을 받게 된다. 귓불 뚫기는 공중위생관리법에 의하여 미용사가 할 수 없는 행위로 법적으로 규정되고 있다.

시대가 발전하면서 미용과 의료가 동시에 존재하는 영역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엄격한 의료행위 정의로 인하여 관련 산업이나 시장이 규제를 겪고 있다.

/김선욱 의료 전문변호사

서울회·법무법인 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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