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광장과 타워로 이루어져 왔다. 니얼 퍼거슨은 그의 책 ‘광장과 타워’에서 타워라는 권력을 중심으로 한 위계적 네트워크와 광장이라는 평등을 전제로 한 수평적 네트워크가 역할을 바꾸어 가며 역사와 사회를 구성했다고 보았다.

법의 역사도 그렇다. 과거 왕을 중심으로 한 제도의 형성에서 벗어나 이제는 시민이 주도하고, 시민의 권리가 중시되는 법과 제도를 형성하고 있다. 네트워크와 법이 만나는 지점은 전제와 독재가 지배했던 타워가 아닌 시민이 하나의 힘을 형성해 가는 광장에 맞닿아 있다. 법의 목적도 달라졌다. 타워에서는 군주의 의지 실현을 목적으로 하였으나, 광장에서는 주체 간 이익의 균형을 목적으로 한다.

수평적 네트워크가 촉발하는 문제는 법의 구성요소 간 중요성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사회적 동물로서 네트워크화는 숙명이다. 그러나 이러한 네트워크가 경쟁의 과정에서 공정성을 해치는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채용 및 선정 그리고 평가 등에서 한때 소홀했던 투명한 절차 및 기준의 공개가 법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보사회에서는 시공간을 넘어선 수많은 네트워크가 실시간으로 형성되고 있으며, 4G보다 100배 빠른 5G는 결합을 더욱 가속화 시키고 있다. 재미있는 특징은 사이버공간을 통해 형성되는 네트워크들은 이익의 공유에서 생각의 공유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의 ‘좋아요’ 누르기가 한 예이다. 따라서 새로운 네트워크에서는 부정한 이익의 공유보다 정보의 유출과 오남용에 법적 수요가 발생한다.

수많은 노드에서 형성되는 개인정보는 네트워크를 통해 순식간에 유출되어 퍼져나갈 수 있다. 하지만 미래산업의 오일인 데이터의 유통을 차단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그래서 정보의 비식별화를 넘어서 새로운 방식의 권리보호를 위해 물권과 지적재산권의 중간지점에서 데이터 소유권을 논하기 시작하고 있다.

가짜뉴스는 네트워크 사회의 가장 큰 골칫거리다. 다수의 집단지성을 이용하는 가짜뉴스는 순식간에 공유되어 허구의 진실이 된다. 그러나 법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데는 주저함이 있다. 자칫 잘못하면 표현의 억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의도성과 반복성만으로 이를 재단하기는 어렵다. 표현의 자유를 지키면서 가짜뉴스를 제재할 수 있는 묘수를 찾아내야 하는 일은 당면한 과제이다.

정보사회에서 법은 하나의 노드이면서 네트워크 그 자체다. 각 법들은 다른 법들 그리고 국제규범들과 연결되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으며, 그 법들 스스로가 네트워크의 결과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네트워크라는 프리즘을 가지고 법과 현상을 바라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승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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