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한달간 유럽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여행의 중반이 훌쩍 지날 때 쯤, 프라하의 한인 민박집 거실에서 나를 포함한 몇명이 의기투합을 했다.

식당에 가서 혼자서는 먹을 수 없었던 여러 메뉴를 잔뜩 주문해 즐거운 대화와 함께 먹다보니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때마침 같은 숙소의 투숙객 한명이 더 합류하기로 했지만, 예매해둔 공연 때문에 만나지 못하고 아쉽게 일어나야만 했다.

다음날, 다음 행선지인 부다페스트에 도착해 숙소와 가까운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 앉아 굴라쉬를 주문하려고 하니 한국인 한명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프라하에서 내가 공연시간에 쫓겨 만나지 못했던 친구와 인상착의가 아주 비슷했다.

다른 투숙객들이 “까맣고 긴 머리의 모델 같은 여자아이”라는 표현했던 것을 얼핏 기억해내고, “혹시 프라하에서 오셨냐”라고 물어보았다. 처음에는 깜짝 놀라더니, 이내 내가 프라하에서 같은 숙소에 있었던 것을 알고 흔쾌히 합석을 했다. “저희가 정말 만날 인연이었나봐요”라는 그 친구의 말 때문인지 굴라쉬의 따뜻함 때문인지 한겨울의 추위가 잠시 사라진 듯 했다.

누군가를 새로 만나게 되면 가끔 그 친구의 말이 떠오른다. 인연이라는게 우연과 한 끝 차이처럼 보이지만, 정말 만날 인연이라 만나게 된 것이라고.

최근에 큰 인연이 내게 생겼다. 내가 몸담고 있는 사무실의 대표님께서 초임공판검사 시절에 법정에서 만난 판사님과 법무법인을 꾸리시기로 합심하셨기 때문이다. 그 인연 덕분에 오세인 대표변호사님, 박정헌 대표변호사님, 심재돈 변호사님, 이언학 변호사님 및 많은 변호사님들이 법무법인 시그니처라는 이름으로 인연이 되었다. 한창 배울 것이 많은 변호사로서, 그동안 법조계의 다양한 직역에서 굵직한 경력을 쌓아 오신 대선배님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참 많이 설렌다.

내가 선배 변호사님들과 인연이 닿은 것이 큰 기쁨이듯, 누군가에게는 나에게 닿은 인연이 큰 기쁨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안수지 변호사

서울회·오세인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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