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스를 통하여 전 남편 살인사건의 피의자 고유정을 변호하고자 했던 변호인들이 대부분 사임했고, 남은 변호인에 대한 악의적 댓글 등 비난이 거세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 기사를 본 필자의 주변사람들도 필자에게 본인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물었다.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안에 대하여 법적 견해가 아닌 개인의 가치관을 답해야 한다는 점에서 참으로 난감한 질문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변호사들은 위와 같은 질문을 받으면 보통 변호사법 제1조나 헌법 등 법적 근거를 들어 자신의 생각을 최대한 객관적이고 보편화하여 표현하는 듯 하다.

혹자는 “사회적 악인을 돕는 것은 피해자의 인권을 옹호하지 아니하는 것이고 사회정의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변호사들은 대체로 그 반대편에서 “마녀사냥 혹은 인민재판으로 무고한 죄인이 생겨나지 않도록 돕는 것이 인권을 옹호하는 것이고, 여론에 의하여 왜곡되거나 차마 밝혀지지 못할 수도 있는 진실을 밝히는 것이 사회정의에 부합한다”고 주장할 것으로 생각된다.

숨겨질 수 있는 진실을 규명하여 감정이 아닌 법과 이성에 따른 객관적이고 공평한 결과를 이끌어 내는 것이 변호사의 역할 중 하나임은 명확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감정은 생물로서의 인간이라는 존재를 규정짓는 요소라는 점에서 감정을 완전히 배제한 채, 이성만으로 도출된 결과가 인간 사회에서 정의롭다고 평가될 수 있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필자는 서두에 언급한 유형의 질문에 대하여 “감정적으로는 내키지 않는 사건일지라도 일단은 감정을 배제한 채 의뢰인의 이야기를 세심히 듣고, 도저히 못 맡을 사건이라 판단되면 선임하지 아니할 것이다”라는 가정적 답변을 하곤 한다. 아마 다른 변호사들도 대체로 비슷한 취지로 답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필자는 처음 의뢰인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완전히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가 아닌 한 그의 감정을 공유하게 되고, 의뢰인이 억지를 부리더라도 그의 답답한 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이 소송이라면 최선을 다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국선변호 등 형사사건에서도 피고인의 무죄 주장이 입증부족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을 걱정하면서도 혹여 그가 진실과 다르게 자백함으로 인하여 가지게 될 사회에 대한 원통함을 걱정하게 된다. 또 피고인의 죄질이 좋지 않고 양형사유가 변변치 못하여 중형을 받을 것을 알면서도 그가 진실로 반성하고 사죄하여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함으로써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다시 일어서고, 그들의 가족들이 덜 고통 받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필자는 변호사라는 직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그저 사람으로서 사람에게 마음을 다 함으로써 의뢰인에게 도움이 되는 결과가 있기를 바랄 따름이다.

경륜이 더 쌓여 의뢰인을 바른 길로 인도할 때가 되면 달라질지 모르겠으나, 현재 필자의 변호사 윤리는 맹자의 양지(養志)와 같이 의뢰인의 뜻과 마음을 돕는 것이다.

/고봉민 변호사 · 대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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