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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명’까지 보호하는 명예훼손죄, 옳은가대한변협·금태섭 의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비범죄화 관련 심포지엄 개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전면 폐지와 진실 면책 제도 도입 등 다양한 주장 나와
임혜령 기자  |  news@koreanba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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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1호] 승인 2019.09.02  09: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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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말해도 명예훼손죄로 처벌하는 형법이 논란이 되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법조계에서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거세게 주장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는 지난달 28일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실에서 금태섭 의원과 공동으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비범죄화 관련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심포지엄은 한국언론법학회, 한국기자협회 주관으로 치러졌다.

이날 금태섭 의원은 “명예훼손을 형벌로써 다스리는 나라는 거의 없다”면서 “악용되면 국민이 가진 표현의 자유를 훼손할 우려가 있으므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기 위한 입법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개회사를 전했다.

이찬희 협회장도 “진실을 말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게 되는 현실에서는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기가 어렵다”면서 “반면 사생활을 적시함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할 수도 있으니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듣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인정하고 있다. 형법 제307조 제1항 내지 제2항은 공연(公然)히 사실 또는 허위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하면 형벌에 처한다고 명시했다. 단, 형법 제310조에 따라 진실한 사실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적시한 경우는 처벌하지 않는다.

좌장 여운국 변협 부협회장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관련 조항은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을 침해 받지 않을 권리가 충돌할 수밖에 없는 규정”이라면서 “치열한 논의를 거쳐 바람직한 입법 방향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심포지엄에서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형벌로써 다스리는 게 문제라는 데 의견이 모였다. 김성돈 성균관대 법전원 교수는 “진실적시 명예훼손죄는 ‘불필요한 악’이며 ‘반헌법적’ 독소적 표지”라면서 “형법 제307조 제1항을 폐지하고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만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도 “보호가치가 없는 허명이나 위신, 체면도 보호하는 게 옳은지 의문”이라면서 “형벌로써 보호하고자 하는 피해자 이익보다 형벌로 인해 침해되는 이익이 현저하게 클 경우에는 비범죄화를 선택하는 방안이 타당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손지원 (사)오픈넷 변호사 역시 “성범죄, 기업 비리, 권력자 부정행위 등을 일으킨 사람이 폭로를 진화하는 수단으로 명예훼손 고소를 남발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적어도 진실만을 말한 경우 처벌하지 않는 게 국제법 원칙이며,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근본적으로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기구도 우리나라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적극 권고하고 있다. 유엔 자유규약위원회는 2011년 사실적시 명예훼손 범죄화 자체가 옳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은 범죄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도 명예훼손을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진실을 적시한 경우 면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손형섭 법정대학 교수는 “최근 판례도 공인에 대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인정하지 않거나 위법성 조각사유를 쉽게 인정하는 등 규정 해석이 완화되는 추세”라면서 “우리나라도 독일 형법과 같이 명예훼손죄 구성요건에 진실면책을 인정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과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은 명예훼손 처벌 규정은 있지만 진실 면책을 인정한다. 미국도 1734년 젠가 사건(the Zenger Trial)에서 진실을 표현한 언론·출판물은 처벌되지 않는다는 법리가 세워졌다. 현재 대부분 주법이 처벌을 면하는 정당화사유를 넓게 인정하고 있다. 심지어 허위사실인 경우에도 ‘현실적 해악’이 있다고 원고가 입증해야만 손해배상을 인정한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김종필 내일신문 정치팀장은 “형법 제307조 제1항이 사라지면 성범죄 피해자 피해사실, 과거 성 이력 등을 공개하는 행위까지도 비범죄화 되는 문제가 있다”면서 “공인의 공적 영역에 대한 진실을 알리는 부분 등 일부를 비범죄화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성천 중앙대 법전원 교수는 “동성애자나 성범죄 피해자는 신상에 관한 사실이 알려지면 고통을 받을 수 있다”면서 “우리 사회에 왜곡된 인식이 여러 군데 남아있어서 진실이라 하더라도 당사자는 피해를 받을 수 있으므로 사실적시 명예훼손 위법성 조각사유 중 ‘공익성’을 삭제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시 불거질 수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도 논의됐다. 김재현 부연구위원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는 바람직하지만 폐지로 인해 보호받지 못 하는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프라이버시 침해 관련 처벌 규정을 신설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손형섭 교수도 “진실면책을 인정하되 당분간 민사법으로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이나 회복조치 등 명예 및 사생활 비밀을 보호토록 하는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체적인 법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추창현 법무부 형사법제과 검사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비범죄화하면 모욕죄를 처벌할지 등 관련된 다른 사항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면서 “흩어져있는 명예훼손 체계를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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