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에 변호사는 계속 존재할까?

얼마 전 중학생을 대상으로 진로체험 강의를 진행할 기회가 있었다. 변호사, 특히 글로벌 회사의 사내변호사로서의 역할과 전망이 강의 주제였다. 그동안 엄마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반성에 학부모 강사로 자원한 것이지만 최근 변호사 시장의 어려움, 법조인에 대한 신뢰 하락, 법조인 보다는 유튜버와 파워블로거의 삶을 더 선호하는 아이들에게 어떤 도움되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변호사는 어떤 직업인가? 변호사를 전문성과 공공성을 겸비하여 남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적절한 보수를 받는 사람으로 간단하게 정의하고 보니 이보다 더 보람된 직업이 있을까 싶다. 그런데 변호사가 다뤄야 하는 법률 분야는 날로 전문화, 세분화되고 있고 가히 혁명이라고 할만큼 기술이 발전하면서 예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분야가 대두되고 있다. 고도의 전문성 못지않게 점점 더 높은 수준의 공공성과 윤리성을 요구받는 것을 보면 변호사 자격증 취득은 말 그대로 시작일 뿐이다.

이 와중에 인공지능, 데이터 시대를 맞이하여 인공지능 판사가 판결하고 모든 판례와 법이론으로 무장한 인공지능 변호사가 변호하는 그런 시대가 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생긴다. 그러나 진정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은 기술의 발전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신기술을 활용하고 그 과실을 온전히 향유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사고 방식과 업무 방식을 아우르는 문화가 같이 변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이 악용되지 않고 인류의 보편적인 이익을 위해 올바르게 사용될 수 있도록 법제도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 인공지능과 윤리, 데이터의 활용과 프라이버시 보호, 사이버범죄 대처 등 이제까지 당면하지 않았던 어려운 사회적인 문제들을 논의하고 그 해결을 이끌 사람들은 누구일까? 이러한 문제를 가장 먼저 고민하고 맞닥뜨릴 사람들은 아마도 변호사일 것이고, 그 중에서도 기업의 사내변호사가 가장 앞설 것이다.

결국 그 날의 진로체험 강의는 변호사는 계속 유망한 직업이라는 해피엔딩으로 결론지었다. 법조계를 전통적으로 판사, 검사, 변호사 세 영역으로 구분해 왔다면 앞으로는 변호사를 하나의 영역으로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변호사가 존재할 것이다. 사회의 발전을 가져오는 진정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끌 견인차 역할을 변호사가 하게 되지 않을까. 물론 이를 위해서는 전문성, 공공성 뿐만 아니라 신기술이 가져올 사회의 변화를 이해하고 이를 사회와 역사의 발전으로 이끌 수 있는 통찰력과 실행력을 갖춰야 한다. 이렇게 거창하게 강의를 끝내지는 않았지만 예전에 진로체험 숙제를 위해 변호사인 엄마를 인터뷰했던 초등학생 딸 아이의 소감이 다시금 떠오른다. “매우 보람된 직업 같으니 계속 열심히 하세요.”

/정교화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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