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변호사 과실 있어도 이미 지출한 비용 지급해야”
위임 계약은 승소 조건부 약정 아니라 상환 채무 개념

변호사 잘못으로 도중에 계약을 해지했더라도 이미 지출한 소송 비용은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변호사 A씨가 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낸 ‘약정금 청구소송 상고심(2016다200538)’에서 원심판결의 원고 패소부분 중 소송비용 및 하자진단비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에 환송했다. 패소하면 변호사가 소송비용을 전부 부담한다는 위임 계약을 맺었더라도, 계약종료 당시까지 변호사가 이행한 사무처리에 관해 인정되는 비용은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입주자대표회의는 2013년 5월 아파트에 관한 세대전수 하자 조사를 게을리했다는 이유로 A변호사와 아파트 손해배상 소송위임계약을 해지했다. 이에 A변호사는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소송비용과 함께 사전에 약정한 성공보수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해당 위임 계약은 소송비용 상환채무가 있음을 전제로, 비용 상환 시기와 방법을 정한 것”이라며 “승소를 전제로 한 정산 약정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A변호사의 귀책사유로 위임 계약이 중도에 해지됐더라도 약정됐던 보수 금액과 사무처리 비용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A변호사가 계약 기간동안 이행한 사무의 정도와 난이도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해야 한다”고 봤다.

이어 대법원은 “A변호사가 아파트 세대하자 전수조사를 실시한 세대가 668세대로, 전체 세대의 약 61.6%에 이르는 등 위임사무 처리를 위해 기울인 노력이 상당하다”며 “위임사무가 입주자대표회의에도 이익이 됐으므로 민법 제688조 제1항에 의해 A변호사에게 비용을 상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입주자대표회의는 2012년 4월 A변호사와 아파트 하자 관련 손해배상 소송위임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는 ▲소송관련 비용 일체를 A변호사가 대납하고 ▲대납비용은 성공보수에 포함되지 않은 금원으로 승소금에서 우선 환수한다고 정했다. 또 ▲A변호사가 패소 시 소송비용 전부를 부담하고 ▲승소하면 비용과 성공보수를 지급하되 ▲입주자대표회의가 임의로 위임계약을 해지하면 A변호사가 승소한 것으로 보고, 보수 전액과 대납한 소송관련 비용 전액을 지급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최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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