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국제기구가 밀집한 스위스 제네바에선 여러 나라 외교관 및 각국 대표단과의 대화를 통해 세계 속에서의 우리나라 위상을 매일 피부로 체감할 수 있다. 특히 간단한 담소에서 흔히 주제로 사용되는 스포츠나 문화 분야에서 우리나라 활약상이 두드러지는 것을 외국인들의 입을 통해 전해 듣곤 한다.

스포츠의 경우 챔피언스리그 결승까지 진출한 손흥민 선수와 LPGA 투어 메이저대회에서 자주 우승하는 여성 프로골퍼에 대한 칭찬이 많았다. 문화의 경우 최근 성공적인 월드투어를 마친 BTS와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에 대한 찬사가 많았다. 이렇듯 세계를 누비면서 활약하는 한국인의 DNA에는 어떤 특별한 것이 있고,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에서 어느 정도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할 객관적 지표로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미국 코넬대 및 유럽경영대학원(INSEAD)이 공동으로 발표하는 ‘글로벌 혁신지수(Global Innovation Index)’를 들 수 있다. 이 지수는 조사대상 국가의 혁신 역량을 크게 혁신을 위한 투입과 산출로 나눠 평가한다. 투입부문은 제도적 측면, 인적자본과 연구, 인프라, 시장성숙도, 기업성숙도로, 산출부문은 지식 및 기술 산출, 창의적 산출로 나눠 측정한다.

우리나라는 2019년 글로벌 혁신지수에서 대상국가 129개국 중 11위를 차지했다. 8위를 차지한 싱가포르를 제외하고는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혁신 역량을 가진 것으로 평가됐다. 주요경쟁국인 중국은 14위, 일본은 15위에 올랐다.

우리나라가 강점이 있는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인적자본과 연구 1위, 정보통신기술 1위, GDP 대비 국내 및 국제특허건수 1위, GDP 대비 국내 산업디자인건수 1위, 첨단기술 수출 비중 1위 등이 눈에 들어온다. 이러한 지표를 통해 우리나라 과학기술 인재의 높은 경쟁력과 더불어 우리나라가 우수한 신제품 제조에 기반을 둔 수출주도형 제조 강국임을 재확인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에 근거해 한국인의 DNA에는 높은 교육열에 기반한 혁신능력이 있으며, 바로 이 혁신능력이 우리나라를 이끄는 원동력임을 알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규제환경 45위, 국내에서 3차 교육을 받는 외국인 비율 76위,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액 113위, GDP당 에너지 소비량 98위 등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규제를 혁파하기 위해 더욱 노력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또한, 해외로부터 우수한 인재와 건실한 투자를 받아들이고,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보다 효율적인 에너지 자원 활용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최근 세계 경제 둔화가 심화되고,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불확실성 요인도 상존하는 상황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또한 새로운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금 세계는 우리나라의 혁신 역량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한 저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 국민의 혁신 DNA와 저력을 바탕으로 당면한 어려움을 능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BTS가 DNA라는 곡에서 “내 혈관 속 DNA가 말해줘, 내가 찾아 헤매던 너라는 걸”이라고 노래하는 것처럼. 우리 국민의 혈관 속 혁신 DNA가 우리나라를 번영의 길로 인도할 것이다.

 

 

/박시영 주제네바대표부 참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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