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등 5개 단체, 법원의 국제인권기준 적용 심포지엄에서 머리 맞대
조약 해석 자료 협소하고 해석에 문제 있어 … 교육, 자료 등 확충해야

법원이 재판에서 국제인권기준을 제대로 적용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는 지난 14일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국가인권위원회, 사법정책연구원, 국제인권네트워크, 인권법학회와 공동으로 ‘법원의 국제인권기준 적용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법원이 국제인권기준을 제대로 적용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이날 심포지엄은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개회사로 시작됐다. 최영애 위원장은 “여전히 국제인권법은 국내법이 갖는 규범성 정도로 인식되지 않는 듯하다”면서 “더 많은 법률가가 국제인권규범을 실제 재판에서 원용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강현중 사법정책연구원 원장(김우진 수석연구위원 대독)은 “우리나라 재판에서 국제규범을 쟁점으로 다루는 경우는 적다”면서 “심포지엄을 통해 국제인권기준 연구에 대한 이론적 토대와 상호 교류 발판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찬희 협회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보편 타당한 가치는 ‘인권’이 아닐까 싶다”면서 “국제인권기준에 조화되도록 법률을 해석하는 등 국가 위상에 맞춘 판례 정립이 필요하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이혜영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국제인권규범 적용 현황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우리나라가 가입·비준한 7대 주요 국제인권조약이 적용된 판결 전체다.

조사 결과, 가장 많이 적용된 국제 규약은 시민적·정치적 권리 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이었다. 국제인권조약 적용 판례 총 3186건 중 3125건, 98%로 압도적 우위를 차지했다. 그 중에는 ‘양심적 병역 거부’ 사건이 3066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 중 국제인권조약에 근거한 주장이 인정된 경우는 69건에 불과했다.

‘양심적 병역 거부’로 수감됐던 백종건 변협 인권위원회 위원은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는 국내법만으로 해결이 어려워 국제법을 찾고 국제사회 도움을 받아야 했다”면서 “국제인권법은 좋은 말만 나열한 추상적 선언이 아니라 인류가 궁극적으로 보호하려는 인권이 구체적으로 명시돼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포지엄에서는 국제인권조약 해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주영 서울대학교 인권센터 전문위원은 “국제인권조약을 재판규범으로 활용하는데는 문제가 없는데 해석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재판에서 국내법만 해석하고 해석을 거치지 않은 국제인권조약을 활용한다면 재판 본질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인으로는 해석 자료가 협소하다는 점을 꼽았다. 이혜영 연구위원은 “국제법에 생소한 법관들이 문자적 의미에만 집중해 가장 안전한 판단을 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국제인권조약기구 해석 자료 등이 풍부해야 사법적으로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태영 서울서부지방법원 판사도 “법원이 국제법을 국내법 관점으로, 국내 현실에 비춰서만 해석하는 데 문제가 있다”면서 “더욱 합리적이고 타당한 해석을 위해 국제사회 현실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 받을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황필규 변협 국제인권특별위원회 위원은 “보통 재판규범 효력과 적용을 별개로 놓고 얘기하지 않는다”면서 “판례마다 논리가 다른 현 상황은 사실상 사법 포기 상태”라고 비판했다.

헌법 제6조 제1항은 “헌법에 의해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는 △국제법 교육 및 연수 확대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등에 국제인권조약 해석 자료, 논문 등 확충 △국제인권법 관련 실무제요 제작 등이 제시됐다.

이후 ‘국제인권조약기구 개인진정 결정의 국내 이행과 법원의 역할’을 주제로 한 2세션과 종합토론이 성황리에 종료됐다.

변협은 향후에도 국민 인권 보호를 위해 국제인권기준에 지속적 관심을 가지고 노력할 방침이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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