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임명과 관련해 최근 관심사 중 하나는 대법관 퇴임 후 변호사 활동이다. 대법관 퇴임 후 변호사 활동은 사법불신의 단골 주제인 전관예우의 핵심이다. 최근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대법관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은 당연한 것이었고, 많은 보수를 받는 변호사는 대법원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정작 대법관은 변호사들의 직업윤리에 대해 매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변호사 보수와 관련해 의뢰인과의 사이에 약정이 있더라도 약정된 보수액이 부당하게 과다해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 보수액만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은 변호사라면 당연히 아는 일관된 대법원의 입장이다.

당사자 사이에 자유의사에 기해 작성된 처분문서와 그 처분문서로 증명되는 계약자체가 신의성실원칙이라는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원칙에 위반되려면 보수약정 자체가 무효라고 할 만큼 매우 심각한 문제가 존재해야 할 것이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일부무효법리에 따라 신의성실원칙에 부합해 계량적으로 유효한 보수의 범위, 결과적으로 법원이 변호사 보수를 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법원이 사적 계약의 내용을 변경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쯤 되면 더 이상 계약자유원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판결의 가치는 과도한 성공보수가 공정하지 못하고, 이는 결국 우리나라의 사법체계의 불신으로 이어진다는 고민에 있다고 추측해 본다. 이러한 고민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지지하는 바이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판결이 사법불신에 대한 고민이라면 대법관들이 퇴임 후에 변호사로서 활동하면서 받는다는 소위 ‘도장값’이란 것은 국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게다가 법리상 쉽게 납득이 안 되는 ‘판결’ 뒤에 따라다니는, 물론 확인되지 않았을 뿐더러 음해라고 생각하지만, ‘도장’을 든 전관에 얽힌 이야기는 사법체계 불신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최근에 희망적인 소식들이 들려온다. 대법관 퇴임 후 전관 변호사를 하지 않거나, 않겠다는 서약을 한 대법관들도 계실 뿐더러 대법관 퇴직 후 변호사개업금지를 대법원 규칙화하자는 법원 내부의 제안은 매우 고무적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몇몇 대법관들은 평생 쌓은 지식과 경험을 후속세대 교육을 위해 퇴임 후 대학 강단으로 간다는 소식이나 시군법원에서 다시 판사로 봉사한다는 소식은 희망을 가져온다.

앞으로도 이러한 분위기가 계속되어, 대법관 퇴직 후 후배 법관들에게 도장을 들이미는 전직 대법관이 나오지 않는 시대가 오길 고대한다. 퇴직 후 돈 벌기 위해 그 존경받고 명예로운 대법관을 하신 분은 없을 것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우리 성현의 가르침은 전혀 틀림이 없다.

 

 

 

/나종갑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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