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고를 때, 사람을 좀 탄다. 필자나 추천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특히 한번 꽂힌 작가의 작품들은 두 말 없이 집어 든다. 김영하와 은희경이 그랬고, 하루키와 코엘료가 그랬다. 최근 꽂힌 작가는 소설가 손홍규다. ‘2018년도 이상문학상’ 대상 작가인 그의 글은 읽을수록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마음을 다쳐 돌아가는 저녁’은 형식상 산문집이지만 자전적 소설 같은 느낌이다. 유년기, 가족, 그리고 가까운 사람들,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첫 문장을 읽으면 마지막 문장을 읽을 때까지 눈을 떼기가 어렵다. 스토리 구성력이 탄탄하다. 앞 문장이 뒷 문장을 이끌고, 뒷 문장이 앞 문장을 보한다. 그만큼 그의 문장은 사람의 마음을 끄는 힘도 있다. 글을 대하는 작가의 진정성이 이끌어내는 힘이 아닌가 싶다.

살면서 이런저런 글을 쓰게 된다. 꼭 글을 쓰는 직업이 아니어도 그렇다. 많은 이들이 글쓰기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소설가인 작가도 마찬가지다. 책 속에서 글을 대하는 자세, 글을 쓰는 방식,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욕구와 좌절, 그리고 글쟁이로 살아가는 자신에 대한 성찰을 피력한다. 그 많은 이야기 중, ‘진실한 문장’이란 구절이 마음에 들어와 나가지 않는다. 글의 진전이 없을 때 자신의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한 문장을 찾으라는 헤밍웨이의 이 말은 글을 쓰는 작가에게도,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소중한 조언이 아닐 수 없다. 진실에 가까워지는 길은 치열함에 있다. 자기 안에서 또 세상 안에서, 문장과 문장 속에서 또 사람과 사람 속에서 치열하게 성찰하고 묻고 답해야 한다. 손 작가는 자신의 치열한 ‘성찰기’를 글로 남겨 책으로 엮은 것이다. ‘작가는 글로써 실현한다’는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법 하다.

작가의 치열함이 글 속에서 발현된다면, 법조인의 치열함은 법정과 법전, 그리고 사건과 현장 속에서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 가끔 언론에 나오는 훌륭한 판결문이나 공소장, 최후진술서, 그리고 변론의 글을 읽어볼 때가 있다. 그 속에 나타난 진실함과 치열함은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역사를 움직이기도 하고, 시대의 전환점을 만들기도 한다. 의뢰인을 만났을 때의 첫 만남, 변론 요지를 쓸 때의 첫 문장…. 이 모두가 바로 변호사가 만나게 되는 진실의 순간이다. 진심과 열정이 발현되는 시간이다. 특히 변호사들은 ‘마음을 다쳐 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들에게 위안이 되고 대안과 해법을 주는 시간이야 말로 변호사의 가치가 빛나는 순간일 것이다.

일 만큼이나 쉼도 중요하다. 뜨거운 여름, 시원한 그늘에서 휴식하며 편안하게 읽을 책을 찾는 분들에게 손홍규 작가의 산문집을 추천한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2018 이상문학상 작품집(손홍규 외, 문학사상사)』, 『다정한 편견(손홍규, 고유서가)』, 『윤태영의 좋은 문장론(윤태영, 위즈덤하우스)』.

 

 

/장훈 인천광역시 미디어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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