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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풍당당 여변]비영리조직의 지배구조에 대한 단상
이지은 변호사  |  jieun.lee@liberty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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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8호] 승인 2019.08.12  09:4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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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한 비영리단체를 통해 만난 좋은 지인들과 오랜만에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 단체에서 인연을 맺은 우리 모두는 더 이상 이 단체와 관련된 활동을 하지 않고 유명 대학 교수인 단체 대표와도 소원해진 상황이었는데, 그 단체를 떠나게 된 타당한 이유들을 각자 마음 속에 가지고 있었다.

우리들은 몇년간 그 단체의 창립부터 현재의 상황에 이른 역사를 같이 겪으면서 목격한 변화를 회고했다. 현재 그 단체의 모습은 처음 기대했던 모습과 너무나 거리가 있었고, 각자 겪은 일화들을 털어놓으며 그 부적절한 변화의 원인과 경위, 그 단체가 다시 변화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논의해 본 결과, 앞으로 그 단체는 이미 손상된 신뢰나 평판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내가 그 단체를 떠난 결정적 이유는 민주주의 시민교육을 위해 설립된 그 단체의 지배구조가 정작 민주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를 비롯한 이사들에게 이사 분담금 명목으로 매년 적지 않은 기부금을 내도록 하면서 내가 창립단계부터 법인형태로 조직 변경을 염두에 둔 자료제공 및 조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몇년째 사단법인화 혹은 기부금단체 등록과 관련된 시도나 노력이 전혀 없었다.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단체 운영의 주요사항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기는 커녕 대표나 특정 이사 혹은 실무진간 이미 이뤄진 주요 의사결정사항에 대해 이사들에게 추인을 요청하거나 사후 통지를 하며 운영해왔다. 나는 이 단체의 주요 재무상황에 대한 정확한 보고를 받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나는 대표에게 이러한 업무수행은 분명히 잘못됐다는 지적과 조언을 했으나, 대표는 본인의 개인사가 바빴고 다른 이사들은 이런 업무에 신경 쓰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표시했기 때문에 그분들에게 논의를 요청하는 것 자체를 자제한 것이라는 변명을 했다.

본인이 운영하는 비영리단체의 지배구조도 이렇게 안이하게 생각하는데 어떻게 한국 정치문화나 구조를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심각한 의문이 들었다. 더 이상 조언할 가치가 없다고 보고 단체의 이사직을 사임했다. 다른 분들은 이 단체가 추진한 특정 수익사업이 부적절하고, 구성원의 희생을 당연시하고 강요하는 대표의 태도가 불편하고, 대표의 무례에 깊은 상처를 입었으며, 구성원들의 명망에 기대어 대표의 사적 명예를 충족하려고 한 사기가 아니냐는 한탄까지 나왔다.

몇년 전 내가 운영위원을 맡던 한 비영리단체 대표는 지출영수증과 회계장부, 계좌내역이 전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지원금은 아예 안 받는다고 발언해 큰 충격을 받았다. 이러한 검토가 지나친 간섭이라는 것이다. 나는 재정자립도가 매우 불안정한 그 단체의 운영위원을 사임했다.

‘공감’이나 ‘어필’과 같이 투명하고 제대로 된 지배구조에서 운영을 하는 모범적 공익단체들도 있지만, 개인적 경험상 비영리조직의 운영과 지배구조가 사유화에 취약하며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요청하는 기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된다. 지금이라도 비영리단체의 목적을 잘 달성하기 위한 비영리단체의 지배구조와 투명한 운영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비영리법인 종사자에 대한 기본 소양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지은 변호사

서울회·법률사무소 리버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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