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6다276177 판결 -

1. 이 사건의 사실관계 및 쟁점

①원고는 2012년 10월경 피고 하나카드와 신용카드 회원가입계약을 체결하고 크로스마일리지 신용카드(2011년 4월 26일 출시)를 발급받았다. ②위 카드 서비스는 카드사용금액 1500원당 2마일의 항공사 마일리지를 제공하는 부가서비스 혜택이 있었고, 위 신용카드 회원가입계약의 개인회원 표준약관은 ‘부가서비스 변경 시에는 변경사유, 변경내용 등에 대해 변경일 6개월 이전에 고지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③피고는 2013년 9월 1일부터 위 카드의 부가서비스 내용을 카드사용금액 1500원당 1.8마일의 항공사 마일리지로 축소 제공하는 것으로 변경하고자 이 사건 약관조항에서 정한 6개월 전 고지 절차를 거쳐 회원들에게 적용했다. ④원고는 피고가 위 약관조항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했는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규제법’) 제3조에 따라 위 약관조항은 계약에 편입되지 않는다는 주장으로 마일리지를 최초 기준으로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⑤피고는 약관에 따른 고지를 마쳤고, 이 사건 약관조항은 금융위원회 고시의 형식으로 규정된 여신전문금융감독규정 제25조 제1항과 동일하므로 설명의무의 면제대상이라는 주장을 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기존 판례에서는 약관에 정해진 사항이 ‘이미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에 대해 설명의무를 면제하는 것으로 판시해왔는데, 금융위원회 고시인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 제25조가 위 ‘법령’에 해당하여 설명의무의 면제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2. 원심 및 대법원 판결요지

원심은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 제25조는 여신전문금융업법 및 그 시행령과 결합해 대외적 구속력이 있는 법규로서의 효력을 가진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봤으나, 다만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 제25조의 신설을 이유로 이 사건 약관 조항이 이미 법령에 정해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하게 됐다고 볼 수는 없어 설명의무가 면제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행정 각부의 장이 정하는 특정 고시가 비록 법령에 근거를 두더라도, 법령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경우 법규명령으로서의 대외적 구속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또한 이 사건 고시규정은 ‘부가서비스를 부당하게 변경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보다 구체화된 기준과 요건 등을 제시하거나 위 기준 등에 근거한 금지행위의 유형화는 전혀 시도하지 않은 채, 신용카드업자가 부가서비스를 변경할 경우 일정 기간 동안 부가서비스를 유지해 왔고 6개월 이전에 변경 사유 등을 정해진 방법으로 고지하는 등의 절차만 준수한다면 그 부가서비스 변경이 신용카드회원 등의 권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지에 대한 어떠한 고려도 없이 그 변경행위가 금지되지 않는 것으로 정하고 있어 그 내용이 법률과 시행령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봤다. 이에 법규명령으로서의 대외적 구속력을 인정할 수 없는바, 이 사건 약관 조항이 금융위원회 고시 규정과 동일하다는 이유만으로 그에 대한 설명의무가 면제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3. 평석

가. 행정규칙의 법규성 법리

행정규칙은 법령의 수권 없이도 행정권의 고유한 권한으로 발하고 원칙적으로 행정조직 내부에서만 구속력을 가지는 점에서 법규명령과 구별된다. 전통적인 학설에 따르면 행정규칙에 대해서는 법규성이 인정되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행정규칙이 국민에게도 효력을 미치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 이해가 점차 확산되고 있고, 대법원 판례는 적어도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의 경우 법규성을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02. 9. 27., 2000두7933 등).

나. 약관설명의무 법리

보험자는 보험계약 시 보험계약자에게 보험약관을 교부하고, 계약조항에서 중요한 내용은 밝혀야 한다. 사업자는 약관에 정해진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하고, 이를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해당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 ‘중요한 내용’이란 보험계약자에게 불리한 규정이고, 고객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으로서 사회통념상 그 사항의 지(知)·부지(不知)가 계약체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항을 말한다. 다만, 대법원은 보험약관 내용이 이미 법령에 의한 내용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하면 설명의무 면제 대상으로 보고 있다.

다. 대상판결의 의의

보험사업자의 설명의무 면제 사유로 약관에 정해진 사항이 ‘이미 법령에 의해 정해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하는지’에 있어서의 ‘법령’은 법률과 그 밖의 법규명령으로서의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 등을 의미한다. 행정규칙은 대외적인 구속력을 갖지 않으므로 이에 해당하지 않으나, 행정규칙이라 하더라도 법령의 규정이 특정 행정기관에게 구체적 사항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법령을 보충하는 기능이 있고, 해당 법령의 위임한계를 벗어나지 않아 그 법령과 결합해 대외적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으로서의 효력을 가지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달리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사안의 경우 여신전문금융감독규정 제25조 제1항은 그 내용이 법률과 시행령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법규명령으로서의 대외적 구속력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약관 조항에서 해당 고시의 내용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지 않더라도 사업자의 설명의무가 면제된다고 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소정 변호사·강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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