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은 법률 해석에 치중하는 법률기술자를 양성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기존 법조인과는 다른, 광범위한 독서와 경험을 통해 심층적 인간이해를 기본으로 한 종합적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법률가 양성을 지향한다.

인공지능과 경쟁해야 하는 미래의 법률가에게 필요한 자질은 법학에 관한 전문지식과 더불어 인문학적 성찰과 상상력이라고 본다. 우리는 조선시대 관료적 삶에서 예술가로 전환한 추사 김정희의 생애와 작품 속에서 다음과 같은 교훈을 찾을 수 있다.

첫째, 사제지간의 소중함이다. 국보 제180호 세한도는 사제지간의 애틋한 관계와 추사의 심정을 잘 표현하고 있다. 제자인 역관 우선 이상적이 생사를 넘나드는 뱃길로 다량의 책을 선물한 것에 대한 보답으로, 추사 선생은 그림을 그린 후 발문을 써서 고마움을 표현했다. 세한도는 쓸쓸한 겨울이 연상되는 심정을 나타내는 그림인데, ‘장무상망(長毋相忘)’이라는 낙관을 찍었다. “영원히 서로를 잊지 말자”가 아니라 “오랫동안 서로 잊지 말자”라는 뜻을 담고 있다. 각박한 오늘날 사제지간의 각별한 정을 일깨워 주는 대목이다.

둘째, 독서의 중요성이다. 추사 선생 작품 중에 ‘일독(一讀), 이호색(二好色), 삼음주(三飮酒)’가 있다. 첫째가 독서, 둘째가 이성을 만나는 것, 셋째가 음주라는 뜻이다. 독서를 한 후 맑은 정신으로 이성을 만나서 사귀고 그 다음에 음식과 술을 든다는 것으로, 음주 후에 정신이 혼미하여 이성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독서를 한 직후에 맑은 정신에 이성과 교제하라는 것이다. 또한 추사 선생은 붓글씨란 단지 손놀림의 기예가 아닌 ‘문자향 서권기(文字香 書卷氣)’라고 표현했다. 문자에서 나오는 향기와 책에서 나오는 기운을 느끼려면 만권의 책이 가슴 속에 있어야 한다고 봤다.

셋째, 벽광(癖狂) 정신의 추구다. 추사 선생은 ‘마천십연 독진천호(磨穿十硏 禿盡千毫)’를 강조했다. 70 평생 동안 벼루 10개를 구멍 내고, 붓 1000자루를 대머리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그야말로 추사체는 대단한 끈기와 절차탁마 속에서 독창적인 경지를 이뤄낸 것이다.

넷째, 겸손과 향상심의 덕목이다. 추사 선생은 제주도 유배과정에서 겸손의 미덕을 배웠다. 일례로 추사 선생이 제주도로 유배를 가던 중 전주 창암 이삼만 선생의 작품에 대해 혹평을 했는데, 유배에서 풀려난 후 창암 선생을 찾아 갔을 땐 이미 고인이 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후 추사 선생은 창암 선생의 묘비명을 작성하며 지난날 자신의 오만한 태도를 반성했다고 한다. 추사 선생이 억울하게 처한 유배상황을 탓하지 않고, 오히려 스스로를 다잡으면서 최고의 경지를 향한 도전과 향상심을 멈추지 않았다는 점은 오늘을 사는 법률가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용섭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