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규제혁신 속도가 숨 가쁘다.

금융사 차이니즈 월(정보교류차단장치) 규제가 대폭 완화되고, 핵심업무 외부위탁이 가능해지며 핀테크 기업 투자한도도 100%로 확대된다. 금융사들이 핀테크 업체와 적극적으로 협업해달라는 주문으로 들린다.

정부의 과감한 행보는 시의적절하다. JP모간체이스는 P2P대출업체 온덱과 제휴해 중소기업 대출에 나섰고, 골드만삭스는 자사의 온라인 브랜드 마커스를 키우기 위해 재무관리 애플리케이션인 클래리티 머니를 인수했다. 협업을 통한 성장이 대세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규제혁신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지금까지 정부의 규제혁신은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말한 ‘바보들의 샤워’ 같은 행태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물 온도를 조절할 때 뜨거운 물에 데면 곧바로 손잡이를 끝까지 돌려 냉탕으로 만들어 버리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지금은 핀테크 업체들이 열탕에서 몸을 녹이고 있지만 정부는 언제 또 수도꼭지를 돌려버릴지 모른다.

정부가 깔아놓은 판에서 핀테크 업체들도 점점 ‘온실 속 화초’가 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최근 정부 지원에 스타로 떠오른 몇몇 핀테크 업체는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다고 한다. 금융사 핀테크 담당자들을 만나보면 핀테크 업체가 협업 과정에서 내거는 조건이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핀테크 업체의 성공요소는 지대추구(rent-seeking)가 아니라 혁신이 돼야 한다.

그래서 규제혁신은 국회를 통한 ‘견제와 균형’이 꼭 필요하다. 신산업 활성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한약을 달이듯 참을성을 가지고 일관되게 밀어붙여야 한다. 또한 정부가 규제 철퇴를 내릴 때 국회는 매버릭(괴짜) 혁신가들의 마지막 보루로 남아 있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혁신 기업들이 화초가 아닌 큰 나무로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든든한 견제자로서 국회가 제 역할을 하려면 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행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지나친 재량을 행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명확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법안이 많이 발의되어야 한다. 그리고 법안이 통과된 뒤에는 사후적으로 법안 취지에 반하는 정책이 나오는지 국정감사 등을 통해 제대로 감시해야 한다.

국회가 이처럼 규제혁신의 완성자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의 규제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필수적이다. 신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뜨거운 물을 틀 때에는 소비자 보호에 틈이 없는지 돌아보고, 수도꼭지를 돌리려고 하면 시장을 고사시키는 과한 규제는 아닌지 경계하는 것이다.

균형감각을 가진 국민들이 많아질수록 국회가 움직일 수 있는 폭이 커진다. 국회가 국민의 힘으로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할 때 결국 한국은 규제국가의 오명에서 벗어나 혁신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재화 변호사

국회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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