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9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 내려
피의자 단계에서 취재 관행 지각 변동 예상돼

피의자가 조사받는 모습을 언론사가 촬영할 수 있도록 허용해온 경찰 관행은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민사88단독 강하영 판사)은 지난 9일 A씨와 B씨 형제가 국가를 상대로 낸 ‘초상권 및 인격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는 B씨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앞서 A씨와 B씨는 보험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B씨가 구속되자 ‘교통사고 위장해 보험금 노린 형제 보험사기범 검거’라는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기자들이 B씨가 수갑을 찬 채 조사 받는 내용을 촬영할 수 있도록 했다.

법원은 “경찰이 B씨 신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라며 “일부 언론에선 피의자 신문조서에 기재된 실명까지 공개해 B씨의 초상권과 인격권이 침해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원은 보도자료 배포는 공익성 측면에서 정당하다고 봤다. 또 A씨에 대해서는 국가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직접 촬영대상이 아니었다는 이유에서다.

2014년 헌법재판소도 해당 사건에서 피의자 조사 장면 촬영을 허용한 행위에 대해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위헌 판단한 바 있다.

당시 헌재는 “수사 장면을 공개하거나 촬영할 어떠한 공익적 목적이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경찰은 피의자 인격권 침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모자, 마스크 등으로 피의자 얼굴을 가리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피의자 단계에서 취재 관행에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최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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