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조응천 국회의원, 변호사 비밀유지권 도입 정책토론회 공동 개최
“비밀유지권 법제화 해야 ‘쉽게’ 증거 수집하려는 침해 행위 사라질 것”

2016년을 시작으로 잇따라 로펌 압수수색이 벌어져 법조계는 물론 국민에게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의뢰인-변호사 비밀유지권(이하 ‘비밀유지권’)을 입법화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모여 머리를 맞댔다.

변협은 지난 10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조응천 국회의원과 공동으로 ‘변호사 비밀유지권 도입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에 대한 문제점을 검토하고,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비밀유지권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는 비밀유지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법원은 2012년 “아직 형사절차가 개시되지 않아 피의자나 피고인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은 변호사와의 상담 내용 공개를 거부하거나, 의뢰인 동의 없는 압수물이 형사재판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는 견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발제자 한애라 성균관대 법전원 교수는 “피의자가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이 밝혀질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을 가지고 있으면 변호사 제도 자체가 의미 없어질 것”이라면서 “비밀유지권은 의뢰인을 위해 변호사가 행사하는 의뢰인이 가진 권리”라고 주장했다.

천하람 변협 제2법제이사도 “의뢰인이 상담 내용 공개 걱정 없이 자신이 한 행위를 변호사와 정확히 공유하고 변호사로부터 정확한 법률적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주요 선진 국가에서는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권리”라고 설명했다.

각기 명칭은 다르지만, 외국에는 대부분 비밀 보호를 위한 법제가 마련돼있다. 미국은 보통법에 의해 비밀유지권이 보장된다. 다만 의뢰인 동의가 있거나, 진행 중인 범죄나 사기를 막기 위한 상황은 예외다. 영국은 엘리자베스 1세 시대 판례법으로 정리됐고, 캐나다 연방법원은 이를 필수 권리라고 판시해왔다. 유럽인권재판소와 유럽사법재판소도 비밀유지권을 인정해왔다.

비밀유지권 명칭 변경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이병화 변호사는 “비밀유지권이 직역 이기주의로 오인되기도 하지만 사실상은 의뢰인 비밀 유지를 위한 수단”이라면서 “용어를 ‘의뢰인 비밀 보호권’으로 바꾸는 등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비밀유지권 침해 방지 방안으로는 비밀유지권 보장 법제화가 꼽혔다. 변협은 변호사법에 비밀유지권을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외 사유로는 의뢰인이 자발적으로 승낙하거나 범죄를 범할 목적으로 자문을 받는 경우 등 상황을 들었다.

천하람 변협 제2법제이사는 “대부분 수사기관과 국가기관이 실체적 진실을 위해서가 아니라 ‘편리하고 쉽게’ 증거를 수집하려고 비밀유지권을 위반해왔다”면서 “비밀유지권 일반규정부터 우선 마련해놔야 수사기관과 국가기관이 그 중요성을 알고 자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윤성훈 법무부 법무과 서기관은 “비밀유지권 요건, 범위, 절차 등을 처음부터 명확히 규정하지 않는다면 이를 악용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한애라 교수는 “미국 판례 등을 참조해서 비밀유지권 악용을 예방할 수 있다”면서 “민사소송법이나 형사소송법 등을 개정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우선 변호사법에 비밀유지권 규정을 포함하고 영장 발부 시 관련 사항을 적시하는 등 방안을 병행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입법화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장수정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 사무관은 “무한정 비밀이 유지돼선 안 된다”면서 “비밀성 보장과 실체진실 사이에 이익 형량을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내변호사 비밀유지권에 관한 논의도 오갔다. 이병화 변호사는 “변호사로서 독립적 지위와 근로자로서 종속적 신분을 지니는 사내변호사도 회사에 대한 법적인 조력을 할 경우에는 외부 변호사가 법적인 조언을 하는 경우와 같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애라 교수는 “수사기관이 계속 회사를 압수수색하고 법무팀 컴퓨터를 조사한다면 악행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법무팀 없이 더 위법한 행위를 하게 될 것”이라면서 “경우에 따라 비밀유지권이 적용될 수 있도록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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