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오산시가 지역구인 여당의 모 의원은 병원 설립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과 함께 한 공청회에서 만일 병원 개설을 취소했는데 국가와 오산시를 상대로 그 취소소송을 제기하면 그 병원장은 일개 의사로서, 한 개인으로서 감당할 수 없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야당 대표도 우리나라 발전에 기여한 것이 없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임금을 차별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하여 구설수에 올랐다. 이와 같은 정치인들의 행보를 보면, 우리 정치의 수준은 헌법에 보장된 재판받을 권리에 대한 공공연한 협박이 가해지고, 우리나라가 가입한 국제조약에서 보장된 외국인의 권리가 스스럼없이 무시될 수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한국에 투자한 외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그 투자는 우려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전기요금 인하와 관련하여, 일개 기업의 의사나 시장원리는 무시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찍어 누르는 정책을 행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정부의 정책에 의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국가 간 분쟁해결(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이하 ‘ISDS’) 제도는 국경을 넘는 외국인 투자에 있어, 투자국 정부에 의한 국가정책의 변경은 허용하되 그러한 정책변경으로 인하여 외국인 투자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보상을 하도록 할 수 있는 것으로 국가정책을 신뢰한 외국인을 보호하는 제도이다.

한미 FTA상 ISDS 조항에 대하여 일부는 독소조항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정치수준이나 정부의 정책결정수준으로 보면 ISDS 조항은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필수적인 것으로 보인다. ISDS 조항의 존재는 미국인이 그나마 안심하고 우리나라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할 것이다. 오히려 우리나라와 같은 정치상황에서는 ISDS 조항을 우리나라가 체결한 모든 FTA나 국제투자조약이나 협정 등으로 확대할 것을 고려해 볼 만하다.

그뿐만 아니라 그 취지를 내국인에게도 적용하는 법을 제정할 필요성이 있다. 물론 국가배상제도나 손실보상제도가 있지만 그러한 조항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특히 손실보상제도는 ISDS 조항에 대응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지만, 보상에 관한 내용이 법에 규정되어야 하므로 매우 제한적이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ISDS 조항의 취지를 수용한 법률을 제정하여 국가정책의 변경으로 손해를 보는 내국인에게도 국가를 상대로 그 손해를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적폐청산과 인권보장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을까? 외국인에게도 인정되는 권리가 내국인이라고 해서 인정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최근의 정치행태와 정부행태는 ISDS 조항의 의미를 곱씹어 보게 한다.

 

 

 

/나종갑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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