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15점, 응시자의 15%가 0점! 한스 로슬링 박사의 저서 『팩트풀니스』는 세계에 관한 13개 질문으로 시작한다. 저소득 국가의 초등학교 졸업 여성 비율, 세계 다수 인구 분포율, 세계 기대수명, 2100년 증가 인구 연령층, 전세계 1세 아동의 예방 접종률 등 주로 인구 및 사회통계 질문들이다.

2017년에 14개국 1만 2000명에게 물어본 결과, 평균 정답률은 고작 2개였다. 고학력 전문직종이나 정치권 고위 의사결정자들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침팬지의 평균정답률이 4개라고 하니, 아무 생각 없이 찍는 것보다 못한 결과라는 의미다.

왜 이런 참담한 결과가 나왔을까? 로슬링 박사는 그 원인을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10개의 편견과 오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세상은 잘사는 나라와 못 사는 나라로 나뉘어 있다는 간극본능, 타고난 특성이 사람, 국가, 종교, 문화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운명본능, 모든 것을 단순화시키는 단일관점 본능, 세계는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부정 본능, 어떤 증가나 감소 추세가 직선 그래프일 것이라는 직선 본능, 끊임없이 범주화하고 일반화하는 본능, 두려움을 자극함으로 인한 공포본능, 비율을 왜곡하여 사실을 실제보다 부풀리는 크기본능, 안 좋은 일에는 나쁜 의도가 숨어있을 것이라는 비난 본능, 지금이 아니면 절대 안 된다는 다급함의 본능 등이 사실을 왜곡시키고,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게 하는 10가지 이유라고 설명한다.

로슬링 박사는 세계를 낙관도 비관도 아닌 사실에 입각하여 볼 것을 권한다. 세상에 대한 무지와 잘못된 인식을 바꾸고 비합리적인 막연한 두려움을 잠재우고, 사람들의 힘을 건설적 활동으로 돌리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팩트풀니스』의 집필은 그런 그의 마지막 전투인 것이다. 객관적 수치와 광범위한 통계데이터, 그리고 다양한 모델링이 그의 강력한 무기이다.

그가 싸웠던 10가지의 편견은 꼭 세계라는 거창한 대상을 볼 때에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비일비재하다. 특히, 복잡하고 치열한 법정 속 상황은 더욱 그렇다. 사실과 사실이 충돌하고, 주장과 주장이 혼재하는 곳이 법의 공간이다. 사건의 본질이 희석되고, 꼬리가 몸통을 흔들기도 한다. 조금만 방심해도 오해와 편견으로 사건의 본질과 실체에서 멀어질 수 있다. 그 속에서 사실을 냉철하게 입증하고, 거짓 주장을 판별해내는 것이 변호사를 비롯한 법조인들의 사명일 것이다. 이를 통해 의뢰인의 권리를 지키고, 법의 공정성과 신뢰성도 높여 나갈 수 있다. 나아가 일상에서도 편견을 극복하고 사실충실성을 지키고자 할 때, 우리는 더 좋은 세상을 계획하고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로슬링 박사가 책에서 던지는 핵심 메시지이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숫자는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는가(로렌조 피오라몬티)』, 『통계학을 떠받치는 일곱 기둥 이야기(스티븐스티글러)』, 『통계의 미학(최제호)』

 

 

 

/장훈 인천광역시 미디어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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