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간의 로펌 생활을 마치고 사내변호사로 거취를 옮기면서 가장 신경 쓴 것은 말하기였다. 실제로 사내변호사가 되고 나니 서면 대신 말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듣는 사람이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말하기가 필요했다.

회사에서 ‘거래처에 대한 행동강령’을 제정하여 이를 직원들에게 설명할 기회가 있었다. 외국계회사가 그러하듯, 본사에서는 설명 문구까지 정해서 보내왔다. “이번에 거래처에 대한 행동강령이 제정되었는데 거래처가 이를 준수하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이러한 간결한 지침을 그대로 전달하면서 직원들에게 협조를 구하는 것도 의미는 있다. 다만, 위 행동강령의 궁극적인 목표는 회사 동료들이 구체적 행동에 나서게끔 하는 것인데, 일방적인 정보 전달만으로는 이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에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최선의 결과가 도출되도록 동료들의 생활에 접목시켜 위 내용을 구성해 보았다.

“저는 이 자리에 새로운 행동강령을 소개하기 위해 나왔습니다. 이미 행동강령이 있는데 왜 새로운 강령이 필요하냐고요? 여러분이 아시는 강령은 임직원이 참조하도록 만든 것이라 거래처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지요. 이에 거래처만을 위한 새로운 행동강령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거래처를 위한 규정인데 왜 여러분이 알아야 하냐고요? 거래처가 이 내용을 잘 지키도록 여러분이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여러분의 거래처가 행동강령을 어기면, 결국 여러분이 모든 뒤처리를 해야 합니다.”

직장인들에게 남의 뒤처리를 해야 한다는 얘기는 곧 퇴근시간이 늦어진다는 것이고, 이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발표 후 반가운 피드백이 들려왔다.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당장 액션을 취할 태세였다고.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 내는 것, 사내변호사로서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임은수 변호사

악조노벨 리걸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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