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생소한 용어이긴 하지만 최근 사회과학자들은 한 사회의 건강성과 행복지수를 측정하는데 사회적 자본의 크기를 많이 활용한다.

사회적 자본이란 “개인들 사이의 연계, 그리고 이로부터 발생하는 사회적 네트워크, 호혜성과 신뢰의 규범”을 말한다. 사실 어렵게 풀이해서 그렇지 사회적 자본은 사회구성원들이 정치나 공공업무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지, 일상생활에서 동료 또는 이웃과 얼마나 자주 당구나 바둑, 카드 또는 마작 등을 위해 모이는지 아니면 교회활동이나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사회과학자들은 최근 들어 시간과 돈의 압박, 맞벌이, 도시팽창, 인터넷혁명 등 기술변화, 가족의 붕괴 등의 이유를 들어 사회적 자본이 급속히 붕괴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세계사에 유래가 없을 정도로 압축 성장을 경험해 본 우리 사회도 사회적 자본이 가파르게 하락하는 것 같아 걱정이다. 사회적 자본이 사라지면 그 자리를 메우는 것은 빅 브라더가 될지 AI가 될지 가늠하는 것조차 두렵다. 사회과학자들은 사회적 연계성이야말로 구성원의 행복을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요소 중의 하나라면서 사회적 자본을 끌어올리려는 공동체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사회과학자들이 사회적 자본 확충을 위한 실천적 방법으로 가장 먼저 드는 것이 청소년 교육이다. 아마도 사회적 자본은 당장 필요하면 외부에서라도 끌어와서 충당하면 되는 물리적 자본이 아니어서 끌어 올리는데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우리 교육계는 전주 상산고의 자사고 재지정 취소 때문에 혼란스러운 것 같다. 상산고는 우수한 교육환경 때문에 전국에서 학생들이 모여들고 학생들은 기숙사 생활을 통해 동료, 선후배와 우의를 다지고 지역사회 봉사활동에도 적극 참여한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모여드는 학부모들과 교사, 학교와의 유대관계도 모범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산고의 대학진학률을 차치하고서라도 상산고 학생들과 그 학부모들이 쌓아가는 사회적 자본은 그 가치를 평가하기 어려울 정도로 귀중한 자산이고 이는 그들만의 것이 아닌 우리 사회 전체의 자산이기도 하다. 물론 교육계 일각에서는 자사고가 입시학원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하기도 하지만 그 문제는 상산고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1916년 ‘사회적 자산’이라는 개념을 처음 고안한 리다 하니판(Lyda J. Hanifan)이 농촌학교 감독관이었다는 사실과 1980년대 말 사회학자 제임스 콜먼(James S. Coleman)이 교육과 사회 환경의 밀접한 관련성을 부각시키며 ‘사회적 자본’이라는 개념을 지식사회에 확고하게 정착시킨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으로 교육을 포함한 공공정책을 시행할 때에는 ‘환경 영향 평가보고서’뿐만 아니라 반드시 ‘사회적 자본 영향 평가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면 어떨까?

 

 

 

/윤상일 변호사

서울회·서울종합 법무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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