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회는 지난 5월 23일 참신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강좌명은 ‘미국 변호사시험 준비과정’으로 광주회 제1기 변호사 특별연수 형식으로 치렀다. 광주에 가족을 두고 최근 고향 목포로 사무실을 옮긴 필자도 가족 상봉을 핑계 삼아 그리고 처의 생일파티를 구실 삼아 수강해 보았다.

1부는 내년 응시를 목표로 실제 미국변호사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로스쿨 출신 회원이 미국 변호사시험 제도와 과목을 소개했다. 2부는 뉴욕주 LL.M., 커네티컷주 J.D.를 마치고 커네티컷주 변호사 자격을 보유한 연수원 출신 회원이 미국변호사 시험 준비방법을 소개하는 형식이었다.

대한민국 변호사라면 캘리포니아주, 일리노이주 변호사 시험을 노려볼 수 있다는 점, 시험은 매년 2월과 7월에 있다는 점, 각 주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시험은 4지선다형 MBE, 사례형 논술 CEE, 법률문서 작성 CPT로 구성된다는 점, 시험은 이틀에 걸쳐 본다는 점, 자신만의 핸드아웃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점 등 미국 변호사시험 제도와 공부법을 알게 되었고, 기출문제를 풀어보면서 어느 입시설명회에 참가한 듯한 짜릿함과 실제 고사장에서 응시하고 있는 수험생의 긴장감을 순간 느낄 수 있었다.

수강자 20여명은 대부분 30대 젊은 변호사들이라 쉰을 바라보는 필자는 나이순 내림차순으로 정렬하면 랭킹 2위 정도는 차지할성 싶었다. 세상사가 다 그렇듯이, 필자가 나이를 망각하고 영어실력을 모른 체하며 젊고 유능한 변호사들을 위한 설명회 자리를 감히 기웃거린 것에는 나름의 사정과 역사가 있다.

필자는 해남 산이면 깡촌에서 태어났고, 목포에서 고등학교를 해남 촌놈으로 다녔다. 상경해서 대학과 연수원을 마칠 때는 목포 촌놈으로 통했다. 2004년 10월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가면서 해외를 향한 비행기를 처음 타 봤다.

욕망의 최고 불쏘시개는 결핍일 수 있다. 중심(인싸)을 향한 의지를 남몰래 활활 불태우고 있을 자는 정작 중심에 있는 자가 아니라 어쩌면 철저한 주변인(아싸)일지도 모른다.

필자는 2006년 11월 지인 20여명에게 첫째 아들 돌잔치 초청장을 보내며, 이런 문구를 담아 전했다.

“장차 심성 바르고 심지 굳은 아들, 국민, 세계시민으로 성장하길 기원하며….”

굳이 ‘세계시민’을 추가한 근원에는 세계 중심에서 벗어나 있다는 ‘시골심리’가 작용했을 법하다.

마찬가지로 시골변호사가 우연한 기회에 세계 중심 미국 변호사시험을 엿보는 자리에 참여하고, 언감생심 미국 변호사 시험을 넘보는 스터디 모임에 참여한 것에는 나름의 진심이 있다. 물론 스터디가 결성된 지 한달이 넘도록 매주 일요일 저녁 공부모임에 단 한번도 참석하지 못했지만, 그것은 꿈이 간절치 못해서가 아니라 일상의 책임이 더 무거웠기 때문이라고 변명하고 싶다.

몇년 후 캘리포니아 변호사시험을 치르고, 어느 해변 비치파라솔 선베드에 누워 태평양 바다를 바라보며 모히토 한잔 마시고 있을 필자를 그려보면 양쪽 입꼬리가 자연스레 올라간다. 시골변호사가 일상을 즐기거나 버텨 나가는 방법이다.

 

 

 

/김상훈 변호사

광주회·법무법인 빛고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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