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의뢰인·변호사 간 비밀유지권 침해 사례 실태 조사 결과 발표
입법화 목소리 높아 각계 전문가 의견 청취 위해 토론회 개최 예정

일부 수사기관이 위법적인 행위까지 일삼으며 의뢰인과 변호사 간 비밀을 알아내려고 한 사실이 드러났다. 변호사 조언 내용과 대화 시간을 조사하거나 로펌을 압수수색한다고 압박해 증거 임의제출을 강요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법조계에서는 의뢰인-변호사 간 비밀유지권 입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변협은 지난 4일 의뢰인-변호사 간 비밀유지권 침해 사례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는 4월 10일부터 19일까지 열흘간 진행됐다. 조사 참여자는 변호사 238명이다.

의뢰인-변호사 간 비밀유지권을 침해한 기관으로는 검찰과 경찰을 꼽은 경우가 과반수였다. 침해 방식으로는 피의자 사무실, 컴퓨터,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거나 영치해 변호사와 대화를 증거 자료로 수집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위법 소지가 농후한 침해 사례도 다수 나왔다. 응답자들은 수사기관이 △의뢰인과 관련된 사람들을 소환해 의뢰인과 변호사가 접촉했는지 여부, 변호사 조언 내용, 대화 시간을 파악하거나 △변호사가 근무 중인 로펌을 압수수색한다고 압박해 담당 사건 증거 임의제출을 강요하고 △피고인과 구치소에서 접견한 변호사에게 연락해 피고인과 상담 내용을 밝히지 않을 경우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언급하며 △피의자에게 변호인과의 상담 내용을 진술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답했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컴퓨터,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한 경우에는 △피의자와 문자메시지·카카오톡 대화 내역 △상담 일지 △의뢰인 방어를 위해 준비 중인 변호인 의견서 등이 증거로 수집됐다는 응답이 나왔다. 사내변호사의 경우 사내변호사와 로펌 간 논의 내용, 거래 대상 로펌 비용 청구서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사례도 있었다.

응답자 대부분은 비밀유지권 침해 해결 방안으로 입법을 들었다. 특히 의뢰인과 변호사 간 온·오프라인 대화 내용, 상담 및 변론 과정에서 작성한 문서 등에 대해서는 증거 수집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내용이 규정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이를 위반하면 위법수집증거로 취급하여 증거능력을 배제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미국은 연방증거법과 보통법에 의해 변호사-의뢰인 간 비밀유지권(Attorney-Client Privilege)이 인정된다. 영국도 보통법에 따라 변호사 특권(Legal Professional Privilege)이 인정된다. 유럽에서도 ‘유럽변호사 행위규범(The Code of Conduct for European Lawyers)’에 “비밀유지는 변호사의 일차적인 권리이자 의무”라고 명시하고 있다.

수사기관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잘못된 수사 관행으로는 △피의자 변소 내용을 조서에 충실히 반영하지 않는 경우 △직·간접적으로 진술을 강요하는 경우 △형식은 임의제출이지만 압박과 강요로 증거를 제출하도록 하는 경우 등이 꼽혔다.

변협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10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조응천 국회의원과 공동으로 ‘변호사 비밀유지권 도입 정책토론회’를 주최한다. 발제는 한애라 성균관대 법전원 교수가 맡았으며, 토론에는 장수정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 사무관, 윤성훈 법무부 법무과 서기관, 이병화 변호사, 천하람 변협 제2법제이사가 참여한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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