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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선]공짜인 줄 알았죠?
장용진 아주경제 기자  |  ohngbear@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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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4호] 승인 2019.07.01  09: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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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언론의 신뢰도가 몇 년째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영국의 어떤 대학이 전 세계 38개 국가의 국민들을 상대로 조사해 본 결과 대한민국 언론은 조사대상 38개국 가운데 꼴찌를 기록했다고 한다. 벌써 몇 년째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조사대상 국가가 늘어나면서 순위도 계속 밀리는 모양이다. 35개 나라를 조사했을 때에는 35등, 36개 나라가 되면 36등, 올해는 38개 나라를 조사했는데 38등이었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한국기자협회와 언론재단이 다급하게 토론회까지 열어서 대책을 논의했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신뢰도는 계속 떨어져 대한민국 언론을 신뢰한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채 22%를 넘기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 언론을 신뢰한다고 말하는 사람을 찾기가 네 명 중 한 명꼴로도 어렵다는 이야기다.

사실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다. 얼마 전 열린 ‘경제 저널리즘 토론회’라는 자리에서는 ‘광고주’로 상징되는 자본과 권력에 이른바 ‘경제신문’들의 논조가 철저히 종속돼 있고 상황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면서 “이제는 더 이상 답도 없다”는 체념과 자조, 한숨만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하지만 아무도 다급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모두가 위기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는 한데, 하는 짓들을 살펴보면 위기를 위기로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언론사가 만들어져 있고, 포털사이트 업체의 문전은 ‘우리도 끼워 달라’라는 신생 언론사들로 넘쳐나고 있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포털사이트 검색 제휴 대상이 된 언론사는 아무리 시시해도 도메인 가격만 수억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가히 ‘언론 홍수 시대’라 불러도 좋을 것 같다.

쏟아지는 언론사들은 매일같이 ‘뉴스’를 쏟아낸다. 어쩌다 이슈라도 하나 터지면 제목만 다른 비슷비슷한 기사와 뉴스들이 수백 수천 개씩 쏟아져 나온다. 가끔이지만 기사의 어느 한쪽 구석에 조금이라도 ‘새것’ 같은 것이 있을라치면 가차 없이 ‘단독’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는다. ‘단독’도 너무 많다 보니 민망할 정도이지만 나름 자랑스러움도 묻어난다.

그런데 그 많은 뉴스와 기사들은 모두 공짜다. 그 누구도 땡전 한 푼 내지 않는다. 붕어빵 찍어내듯 비슷비슷한 기사들은 물론이고 ‘단독’이라며 스스로 자랑스러워마지 않는 기사들도 공짜다. 기획이니 르포니 해가며 제법 품을 들이고 고민의 흔적이 있는 나름 ‘하이 퀄리티’ 기사들도 공짜의 운명을 벗어나지 못한다. 국내 최고의 발행부수와 백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신문들도 예외는 아니다. 모두가 공짜다.

예전에는 돈을 주고 사기도 했던 모양인데 지금은 모두가 공짜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당연히’ 공짜다.

분명 생산하는데 돈이 들어가고 누군가의 노동이 투입됐을 테지만 어떻게 공짜일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는다. 아니 궁금해 할 필요도 없다. 공짜로 그 많은 뉴스를 볼 수 있으니 관심을 두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기레기’라는 혐오와 조롱으로 점철된 단어를 입에 달고 다니는 ‘극단적 언론 회의론자’들조차도 왜 혹은 어떻게 그 많은 뉴스들이 공짜로 쏟아지는 지에는 관심이 없다. 욕하기는 쉬운데 문제를 인식하고 해법을 고민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 ‘아둔한 군중’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고작해야 속칭 ‘키보드 워리어’이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사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뉴스 역시 마찬가지다. ‘공짜뉴스’라는 것도 실은 광고주라는 사람들이 낸 ‘광고료’로 만들어진 것이다. 독자들이 낼 돈을 광고주가 대신 낸 셈이다.

그런 그 많은 광고주들은 왜 그리도 많은 돈을 뿌려대며 공짜뉴스 만들기에 골몰하는 것일까? 여기서 다시 상기해 볼 말이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당장 얼마라고 돈을 내지 않으니 공짜라 생각하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좋다. 당장 무슨 손해가 생기는 것도 아니니 걱정할 일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해도 좋다.

하지만 공짜뉴스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고 지적하지 마라. 힘없는 서민 대신 돈 있고 권력 있는 놈들만의 편에 선다고 분노하지도 마라. 국가재정과 자원들이 다수의 시민이 아닌 소수의 가진 자들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것에 쓰인다 해도, 언론이 그 황당한 상황을 희한한 논리와 이름으로 찬양한다고 해도 결코 배신감에 떨지 마라.

그것이 독점자본과 기득권층이 ‘광고주’의 이름으로 아낌없이 공짜뉴스를 뿌려대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공짜로 뉴스를 뿌려대는 ‘언론’들의 역할이란 게 원래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장용진 아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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