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 -

1. 사안의 개요

가. ① 군검사는 “피고인이 2017년 4월 17일 저녁 10시 30분경 본인 집에서 피고인의 처, 피해자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다음날 1시경 피고인의 처가 잠이 들고 2시경 피해자도 안방으로 들어가자 이를 따라 들어간 뒤, 누워 있는 피해자 옆에서 가슴을 만지고 팬티 속으로 손을 넣어 음부를 만지다가, 몸을 비틀고 소리를 내어 상황을 벗어나려는 피해자의 입을 막고 바지와 팬티를 벗긴 후 1회 간음하여 강간하였다”며 피고인에 대하여 강간죄로 공소제기하였다. ② “피고인이 술에 취하여 누워 있는 피해자를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위와 같은 방법으로 1회 간음하였다”라는 취지의 예비적 공소사실 추가와 예비적 죄명으로 준강간을 추가하는 공소장 변경이 있었다. ③ 제1심은 증거부족 등의 이유로 주위적 공소사실인 강간 부분을 무죄로, 예비적 공소사실인 준강간 부분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나. ① 제2심에서 “피고인은 피해자가 실제로는 반항이 불가능할 정도로 술에 취하지 아니하여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강간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술에 만취하여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오인하여 누워 있는 피해자를 1회 간음하였고,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강간하려 하다가 미수에 그쳤다”는 취지의 예비적 공소사실 추가와 예비적 죄명으로 준강간미수를 추가하는 공소장 변경이 있었다. ② 제2심은 예비적 공소사실 중 ‘몸을 비틀고 소리를 내어 상황을 벗어나려는 피해자의 입을 막고’ 부분은 착오 기재라는 이유로 범죄사실에서 삭제하였다. ③ 제2심은 증거부족 등의 이유로 준강간 부분을 무죄로, 준강간의 불능미수 부분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제기한 상고를 기각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요지

준강간에 대한 고의인정은 전원 동의하였고, 불능미수관련 대법원 다수의견은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할 의사로 피해자를 간음하였으나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은 경우에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준강간죄에서 규정하고 있는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이 처음부터 불가능하였고 실제로 그러한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다”고 하면서, “피고인이 준강간의 실행에 착수하였으나 범죄가 기수에 이르지 못하였고,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보았을 때 준강간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었으므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한다”라고 판단하였다.

 

3. 검토 및 대상판결의 의의

가. 준강간죄 행위의 객체와 관련하여, 반대의견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는 것은 범행 방법으로서 구성요건의 특별한 행위양태에 해당하고 구성요건행위의 객체는 사람이라고 보아 대상의 착오나 객체의 동일성에 관한 착오는 없었다”라는 입장이다. 생각건대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는 것이고 여기서의 사람은 간음 또는 추행의 대상을 의미하므로 행위의 객체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사람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은 사람’을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사람’으로 오인한 것은 대상의 착오에 해당하고,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겠다는 의사는 수단의 착오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나. 불능미수의 불가능성 논의와 관련하여, 반대의견은 준강간죄의 구성요건요소에 해당하는 행위양태에 대한 증거가 충분한지 여부가 문제이며, 형법 제27조에서의 ‘결과발생 불가능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다. 생각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행위의 객체를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사람’으로 해석하는 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간음행위에 나아간 이상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은 불가능하고, 그렇다면 불능미수의 위험성 판단 여부가 문제된다.

다. 위험성 판단과 관련하여,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보았을 때 결과발생 가능성이 있다면 위험성이 인정된다는 관점에서 판단컨대, 반대의견도 사안에서 보호법익인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가 이루어졌다고 인정하고 있는바 위험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고, 그렇다면 불능미수로 의율이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라. 대상판결은 준유사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쟁점이 된 대법원 2015도7343 판결에서 더 나아가 준강간죄의 불능미수를 전원합의체 판결로 확립시켰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는지 입증 여부에 의해 불능미수로의 처벌가능성을 열어 놓았으며, 대상판결 다수의견의 논리는 형법 제302조, 제303조, 제305조등을 비롯하여 성폭력범죄에 관한 여타 법률 규정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수많은 동일논리의 판례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성범죄의 비친고죄 전환 이후 성범죄 처벌가능성을 한층 확대시켰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박진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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