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지원 행정소송 승소해 … “정당한 변호사 업무 수행 방해하면 엄중 대처”
변호사의 세무사 등록 거부한 지방국세청장 재량권 남용 행위, 위법이자 무효

변호사가 세무사 등록 신청을 하면 등록 신청 서류를 그대로 반송하는 위법한 관행이 법의 철퇴를 맞았다. 더 이상 변호사에게 불합리하고 위법한 방법으로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하지 못 하도록 방해하는 행위가 중단될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21일 변호사에게 세무대리인 등록번호 부여를 거부한 서울지방국세청장 상대 행정소송(서울행정 2018구합78893)에서 변호사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세무사 및 세무대리업무 등록신청서를 그대로 반송하는 방법으로 거부처분을 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는 “그간 지방국세청장이 변호사에게 세무대리인 등록번호를 부여하지 않는 방법으로 변호사가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하지 못 하도록 해왔다”면서 “변협이 수차례 항의했는데도 위법 행위를 지속해 대한변협 세무변호사회(회장 백승재)와 힘을 합쳐 이번 소송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어 “등록번호 부여는 새로운 자격을 부여하는 창설적 효력이 있는 행위가 아니라 ‘세무대리인들을 관리’하기 위한 행정절차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서울지방국세청장이 행정절차법 제23조, 제24조를 위반했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피고가 거부 처분 원인이 되는 사실, 근거 법령을 원고에게 문서로 제시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거부처분 당시 원고가 어떤 근거로 처분이 이뤄졌는지 알 수 있어서 그에 불복해 행정구제절차로 나아가는 데 지장이 없던 경우도 아니다”라고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판단한 이유를 설명했다.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은 행정청이 처분을 할 때 당사자에게 근거와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행정절차법 제24조 제1항은 문서로 행정처분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당사자 동의가 있으면 전자문서로도 할 수 있다. 이 조항들은 행정청이 자의적으로 결정하지 못 하도록 하는 동시에 당사자가 행정구제절차에서 적절히 대처해 국민 권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원고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법적 기속력이 있기 때문에 위법하다는 주장도 펼쳤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4월 26일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에게 세무사로서 세무사 업무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세무사법이 위헌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세무사법은 현재 개정 작업 중이다.

소송대리를 맡은 변명섭 변호사(변시 3회·법무법인 수인)는 이번 판결에 대해 “세무사 자격이 있는 변호사에게 법규상 세무대리업무 등록을 신청할 수 있는 ‘신청권’이 있다는 전제로 내려진 것”이라면서 “변호사가 세무대리업무 등록을 하고 기장대리 및 세무조정 업무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세무사법을 개정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변협은 직역 관련 문제에 줄곧 강경 대응해 왔다. 세무사법 개정안 반대 시위와 삭발식, 관계부처 항의 방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의견을 표출해왔다. 국회에 발의된 직역 관련 제·개정안에도 의견 표명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달 14일에는 세무사가 종사할 수 없는 영리 업무 범위에 법무법인 등을 포함함으로써 변호사나 회계사가 세무사로 개업하면 법무법인에서 근무할 수 없도록 한 세무사법 일부개정법률안(유성엽 의원 대표 발의)에 반대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변협이 지원한 소송도 다수 진행 중이다. 지난해에는 헌법재판소에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일률적으로 박탈한 세무사법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법무법인이 상표출원 심사대리 업무를 할 수 없도록 한 상표등록출원 무효처분에 대해 취소 청구한 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또 대한변리사회 이익에 반하는 일을 했다는 이유로 제명 처분을 받은 변호사, 대한변리사회 미가입을 이유로 징계를 받은 변호사, 한 변리사학원 강의실에서 비방을 받은 변호사들을 대리한 사건도 각 진행하고 있다.

이찬희 협회장은 “향후에도 정당한 변호사 업무 수행을 방해하는 외부 행위가 있으면 온몸을 던져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혜령 기자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