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이 기레기 ** **야, 질문도 안 했는데 월급 들어오니까 행복하냐. 이 정권보다 더 나쁜 **들이 너네 기레기들인 걸 두고두고 기억하마."

촛불 정국이 대한민국을 본격적으로 흔들기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 브리핑에서 질문을 받지 않고 사라진 뒤 타사 선배 기자가 받은 독자 항의 이메일 중 한 부분이다. 그는 정치적 수사가 아닌, 사전적 의미의 자괴감에 몸부림쳤고, 그를 바라보는 동료들은 정권에 대한 전투력을 레벨 업 했다. 문답의 부재 혹은 거부는 국민을 대신해 질문하는 게 직업인 기록하는 자(記者)에겐 존재론적으로 파괴적인 처사이기 때문이다. "귀찮은 요식 행위 하나 지나갔네"라는 식으로 넘기는 기자라면 단연코, 그는 그냥 기레기다.

최순실의 존재가 밝혀진 이후. 기자들의 정부부처에 대한 브리핑 및 질의응답 태도가 한층 더 진지해졌음은 중언부언이다. 다행히 대다수 부처의 수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기자회견을 표본 삼아 "우린 최순실 시대와 달라요"라고 애써 항변하고 있다. 지난 해 생방송 카메라가 사라진 뒤 "재건축 규제 강화가 집값을 오히려 부추긴다"는 저돌적인 경제지 기자의 질문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준비한 답이 그러했다. 재건축 규제의 역사와 그에 대한 충실한 고민을 말한 김 장관의 모습을 본 해당 기자는 100% 수긍하지 않았지만 분노하지도 않았다.

무릇 모든 정책이 그러하다. 하나의 결정이 만인의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없는 이상, 정책 반발자들에게 설명할 지점은 존재하며 그 부분을 가능한 상세히 전달하는 게 기자들의 존재 이유다. 그런데, 생활 부처도 아닌, 한 나라의 법 집행을 관장하는 법무부 장관이 이런 기자들의 순기능을 전면 부정했다. 지난 12일 오후 1시.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활동 종료를 알리며 그동안의 경과를 설명하겠다는 박상기 장관이 돌연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을 거부한 것이다. 그리고 법무부 출입 기자들은 즉시 장관 브리핑을 보이콧했다.

듣기 싫고 만나기 싫었을 것이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고 장자연 사건 등 여론의 질타를 받은 사건들에 대해 해명하는 것도, 특정 사건과 연관된 특정 언론의 노골적인 질문도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인간적 고민을 "그럴 수 있지"라고 넘어가기엔, 법조 기자들이 가진 사명감과 역사적 부채가 크고 깊다. 박 장관을 개인적으로 미워할 일은 없겠지만, 그의 언론에 대한 태도에 대해선 결단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 장담하는 이유다.

법무부 출입 1진들에게 사과의 밥 한번 사면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길 제발 바란다. 평검사 때부터 친분을 이어 온 현 법무부 간부들이 수도 없이 많은 '정무적 화해' 전화를 장관을 대신해 하고 있으나, 사태는 그리 간단치 않다. 박 장관이 취임 이후 한 번도 일문일답을 한 적이 없다는 사실과 최근 검사장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취재 기자들에게 보여 준 안하무인의 태도, 대통령의 하명 한 마디에 사생결단의 각오로 "엄벌에 처하겠다"며 기자회견을 자처했던 그의 모습과, 8분 동안 기자도 없는 기자실에서 허공에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는 장면. 박 장관이 생각하는 것보다 법조 기자들은 기억력이 매우 좋다.

법무부가 추진하는 좋은 정책에 대해선 어느 날과 같이 충실히 보도할 것이다. 그러나 박 장관이 이 과정에 언론을 타고 싶어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질문하지 않는 기자를 만들어주신 결정에 우린 우리의 방식으로 정당히 대응할 뿐이다. 기레기로 불렸고 간혹 불리지만, 법조 기자들은 결단코 독자들이 말하는 그런 기레기로 계속 불리고 싶지 않다.

 

 

/정재호 한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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