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부 칸을 배경으로 한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승자는 혼자다’를 읽으며 프랑스 니스로 향하는 항공편에 몸을 실었다.

승자는 정말 혼자일까. 인생에서 마지막 날 곱씹어 볼 만한 진정한 ‘승리’란 정말 혼자만이 한껏 느낄 수 있는 감정일까.

나는 올해 초 이직과 동시에 결혼준비를 시작하게 됐다. 매일 새 기록을 열어보며 밀려오는 또 다른 기록들을 검토하는 동시에 웨딩홀 계약이며 가구를 고르는 일들을 모두 해내야만 했다. 직접 해야만 하는 성격 탓에 결혼식이 다가올수록 예비신부인 내 얼굴은 어두워져만 갔다.

내가 없는 동안 완벽하게 “아무 일”이 없기를 바랐으므로, 한달 전부터 검찰에 미리 조사를 요청하고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췄지만, 결혼식 전날까지 상대방과 의견조율이 되지 않아 미처 완성되지 못한 ‘합의서’가 발목을 잡았다. 그 순간 선임 변호사님께서 “혹시 안 계신동안 도와드릴 일이 있냐”고 먼저 물어봐주셨고, 합의서를 포함해 몇 가지를 부탁드릴 수 있었다. 이메일로는 대표님께서 직접 작성해 주신 서면 초안이 들어와 있었다. 지금은 남편이 된 남자친구는 웨딩홀에 식전영상 등을 전달하고 전화를 걸어 결혼식 최종 체크를 했다고 전했다. 내 가장 친한 친구는 지방에서 올라오는 하객 버스 탑승자 명단을 확인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결혼식을 마쳤다. 신혼여행 동안 별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노트북에 기록PDF를 저장하고 사무실 컴퓨터 파일들을 동기화한 후, 마지막으로 의뢰인에게 다음 주에 제출될 의견서를 전달해드리자 “여행기간 동안은 휴대전화는 꺼두시고 잘 다녀오세요”라는 내용이 담긴 축하의 문자를 받았다.

사람마다 인생의 승자가 되는 것에 대한 정의는 천차만별이겠지만, 분명한건 어떤 승리이든 오로지 혼자서 가능한 것은 없다. 이 달콤한 여행이 끝나면, 나 역시도 누군가의 승리를 위해 힘차게 움직일 것이다.

 

 

 

/안수지 변호사

서울회·오세인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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