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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금요일 밤, 어느 티비 프로그램을 보며
최희정 변호사  |  hj4023.cho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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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3호] 승인 2019.06.24  09:3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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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금요일 밤이었다. 학원을 마친 큰 아이를 집에 데려오고 둘째 아이를 재운 후 냉장고에서 갓 꺼낸 맥주캔을 따며 티비채널을 돌리고 있었다. 한 방송사 프로그램이 시선을 사로 잡았다. 로펌 입사를 희망하는 로스쿨 학생들의 로펌 인턴생활을 소재로 한 것이었다. 인턴들의 과제 수행 능력과 태도를 멘토가 평가하고 좋은 평가를 받는 인턴을 로펌에서 채용하는 구성이었다. 상담태도나 서면작성 등 기본적인 변호사 업무에 대해 선배로부터 코칭을 받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었는데 내가 처음 변호사로서 코칭을 받을 때, 업무를 할 때, 후배들에게 코칭을 할 때의 기억들을 떠올리게 해 채널을 고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한가지 눈에 거슬리는 점이 있었다. 여성 3명이 포함된 8명의 인턴들을 가르치고 평가하며 채용을 결정하는 멘토변호사 6명이 전부 남성이었다. 채용결정 권한이 있는 멘토단에는 여성변호사가 한 명도 없는 것이었다. 순간 이 방송 역시 우리 사회 조직 내 남녀의 구조적 문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들의 취업률이 높아지고 사회참여가 많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조직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고위직에는 여성들의 숫자가 아직도 턱없이 적다. 학창시절, 사회초년 시절 남자들 못지 않게 우수하던 여성들은 결혼과 육아라는 현실 속에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경력을 포기하기도 하고 남성들만의 네트워크로 촘촘히 짜인 소위 유리천장에 막혀 의사결정층에 진입하지 못하기도 한다. 능력과 경험있는 여성들이 개인책임이 아닌 외부적인 이유로 조직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자리에 서지 못하게 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사회 각계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여성고위직 공무원 임명비율을 조직평가 목표에 포함하기도 하고 선거 후보자를 추천할 때에 여성후보자에 가산점을 부여하고 여성의무 할당제를 두기도 하였다. 정부기관 위원회 내 여성비율도 할당하고도 있으며 여성가족부장관에게 사업보고서 제출대상 법인의 임원성별 등을 조사하고 공표할 권한도 부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회사 이사회에는 3분의 1을 여성으로 구성하여야 한다는 여성임원 할당제 법안까지도 발의되어 있다.

여성의 참여를 제고하기 위한 위와 같은 다양한 법과 정책 그리고 사회적 노력이 있는 만큼 여성 멘토 변호사의 모습을 방송에서 보여주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방송은 물론 이 점에 포커스를 둔 것 같지는 않았다. 노력하는 인턴이나 멘토들의 고민들에 대해 사실적이고도 감성적으로 다루면서 인턴들이 과제에 대해 깊이 연구하는 모습, 서로를 다독이며 하루 하루를 지내는 모습,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하는 모습, 이를 바라보는 연예인 패널들의 관찰심리 등을 재미있게 담아내고 있었다. 다만, 고군분투하는 인턴에는 여성이 3명이나 포함되어 있음에 반해 이들을 바라보며 코칭을 하는 여성변호사가 없었다는 것이 매우 아쉬웠다. 여성인턴들이 입사를 해서 그 후에 어떻게 조직생활을 잘 할 수 있을지 롤모델이 될 만한 여성변호사가 있었더라면, 여성 멘토가 바라보는 인턴상은 어떠한지를 보여주었더라면 훨씬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가시지 않는다.

촬영 대상 로펌의 내부 사정이 있었을 수도 있고 촬영에 선뜻 응하는 로펌을 구하기도 어려워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방송이라면 이를 극복했어야 한다. 방송은 사람들이 가장 쉽게 접하는 매체이자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매체이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조직 내 남녀 비율이나 역할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국민들에게 법이나 정책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관을 방송이 보여주어야 한다. 의사결정권자를 남성 일색으로 그리는 것은 그것이 설령 현실이라고 하더라도 의식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성평등을 좀더 세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기존에 당연히 여겨졌던 조직 내의 모습을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작은 변화가 일어날 때 진정한 삶을 살게 된다는 어느 명언을 떠올리며 자고 있는 딸아이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최희정 변호사

서울회·법무법인 정률

(사)한국여성변호사회 대외협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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