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4차산업혁명융합법학회, 4차 산업혁명 법제 개혁 관련 공동학술대회 개최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규제를 … 신기술 성격에 맞는 법제 위해 고찰 필요해”

인공지능 변호사·의사부터 블록체인까지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그 속도는 여느 때보다 빠르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법제 개혁의 목소리도 높다. 정부뿐 아니라 법조계에서도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법제는 미비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에서 하는 논의가 피상적인 담론에 그쳐 오히려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일기도 한다. 이에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춘 법제 개혁을 위해 법조계가 뭉쳤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21일 4차산업혁명융합법학회와 공동으로 ‘4차산업혁명 법제 개혁-현 단계 성과와 전망’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대회에는 130여명이 참석했다.

변협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찬희 협회장은 “신기술 성격을 분석하고 적합한 법조를 적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영역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면서 “인간을 중심으로 적정한 규제를 마련해 법제 개혁을 이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술대회에서는 규제 방식 변경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규제 혁신 과제로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실현을 제시하고 있다.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는 원칙적 허용-예외적 규제 원칙을 제도화 하는 방식으로, 입법방식 유연화와 규제 샌드박스 제도 도입을 핵심으로 한다. 그간 우리나라는 법률이나 정책에 허용되는 것이 아니면 모두 불허하는 포지티브 규제 방식을 주로 활용해왔다.

이필우 변협 제2기획이사는 “4차 산업혁명에서 기술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입법이 그 속도를 따라가는 게 현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신사업 분야 투자 등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자동차 ‘스누버’를 개발한 회사 ‘토르드라이브’는 국내에서 규제 때문에 투자를 받을 수 없어 미국 실리콘밸리로 회사를 옮겼다. 세계적으로 부흥한 승차공유산업은 우리나라에서 기존 산업으로부터 저항이 심해 완전히 정착시키지 못 했다.

규제 방식 변경에 대한 신중론도 나왔다. 박균성 한국법학교수회 회장(경희대 법전원 교수)은 “안전과 관련이 있는 분야에는 포지티브 규제가 적절하고 그 외 분야는 네거티브 규제가 더 적합할 수 있다”면서 “네거티브 방식을 도입하고 싶다면 신중하게 생각하고 공익 보장을 위한 안전 장치를 마련하는 등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현철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수석연구원도 “규제 방식을 네거티브로 바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면서 “징벌적 손해배상 같은 사후 규제가 뒤따라야 네거티브 규제방식 전면 도입이 효과가 있는데 이는 규제 재생산이라는 또다른 문제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포괄적 입법 집행은 공무원 전문성 강화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현철 수석연구원은 “2년마다 규제 담당 공무원이 인사이동이 되면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공무원 시험에서도 법 과목이 빠져 법치주의 실현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박균성 회장은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가 보신(保身) 행정과 결합하면 금지를 확대하는 부작용을, 부패와 결합하면 자의적인 행정과 안전 등 공익을 소홀히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공무원 전문성 및 윤리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에서 핵심적인 부분인 ‘규제 샌드박스’에 대한 논의도 오갔다. 규제 샌드박스는 신기술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 규제를 면제, 유예시켜주는 제도다.

김현철 수석연구원은 “규제 샌드박스는 규제 개혁 결과가 아니라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면서 “규제 샌드박스 유예기간 종료 이후 문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필우 제2기획이사는 “규제 샌드박스 범위 내에서 신사업 추진 후 입법 불발로 신사업이 없어지거나 해외로 이전하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규제 샌드박스 같은 일시적 해결 방법은 최소화하고 신속히 입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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