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의 방어권은 수사절차에서부터 보장돼야 한다.

변협은 지난해 서울 지역 경찰서에서 시범 실시됐던 피의자 자기변호노트를 6월경부터 전국 확대 운영한다고 한다.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는 피의자는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 조사자의 질문에 진술을 거부할 수 있고, 조사 후에는 조서를 읽어보고 수정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이러한 수사절차에서 피의자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기 위해서는 그 전제로 조사 내용에 대한 메모권이 보장돼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과거에는 수사에 참여한 변호인이 조사내용을 메모하는 행위까지 제한하는 일이 발생했을 정도니 조사를 받는 피의자가 자신의 조사 내용을 메모하는 것은 더욱 어렵고 제한이 있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보니 조사를 마친 피의자가 두려움과 긴장감으로 인해 자신이 말한 내용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여 방어권을 행사하는 데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피의자 자기변호노트는 이러한 문제 인식을 토대로 마련되었다. 자기변호노트는 수사과정에서 피의자의 메모권을 보장하고, 조사받는 내용을 기록함으로써 조사과정에서 피의자가 느낄 수 있는 불안감이나 긴장감을 완화할 수 있게 한다. 이는 추후 스스로 변호하거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기 위한 좋은 도구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각 경찰서에 비치되는 자기변호노트는 단순히 조사 내용을 메모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수사절차에서의 피의자의 권리, 신문과정에서 지켜야 할 내용, 장애 등이 있는 피의자에 대한 차별금지 및 편의 제공에 대한 부분이 함께 설명돼 있어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인권침해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인 방패가 될 수 있다. 이에 궁극적으로는 수사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본다. 다만, 자기변호노트 이용자 설문조사에서 언급된 것과 같이 자기변호노트에 법률용어가 많이 기재되다보니 일반인이 이해하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점은 개선해나가야 할 과제다.

앞으로 자기변호노트가 수사를 받는 피의자들에게 꼭 필요한 도구가 되고, 더 나아가 검찰 조사 시에도 전면 도입될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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