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가 세간의 도마 위에 올랐다.

국가기념일 등 주요행사에서 대통령의 연설은 중요한 대국민 메시지가 담겨있기 마련이다. 지난 현충일 추념사 역시 전문을 읽어보면 다듬고 다듬은 문장임을 느낄 수 있으며, 그런 점에서 위 추념사에서 대통령의 역사인식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임시정부는 중국 충칭에서 좌우합작을 이뤘고, 광복군을 창설했으며, 광복군에는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돼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역량을 집결했다”며 “통합된 광복군의 군사적 역량은 광복 후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되고, 나아가 한미동맹의 토대가 됐다”고 했다.

먼저, 3.1운동과 임시정부를 강조함으로써 1948년 대한민국 이승만 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보이며, 광복군이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라고 하여 항일독립운동에 가담한 모든 이를 국가유공자, 애국자라고 함으로써 공산화를 시도한 북한의 남침전쟁인 6.25 전쟁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1948년 이승만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은 광복 이후 치열했던 이념 대결 공간에서 자유민주주의 공동체를 수립한 것이며, 6.25 전쟁은 한반도 전체에 대한 북한의 공산화 야욕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체제수호 전쟁으로서 현재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확립한 역사적 사건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6.25 전쟁 참전용사를 비롯하여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넋을 위로하고 추모하는 날이 현충일이다.

또한 광복군 중에서도 특히 이름까지 거명하며 김원봉이 좌우통합의 상징이자 국군의 뿌리라고 치켜세웠는데, 김원봉이 항일독립운동가임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광복 이후 자진 월북하여 김일성과 함께 6.25 전쟁을 일으켰고 북한의 노동상으로서 노동력의 전시동원과 무기생산 등 업무를 수행하고 6.25 이전은 물론 전쟁 당시에도 간첩 남파작전을 직접 지휘했다고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이러한 김원봉이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라면 6.25 전쟁 때 김원봉이 이끌었던 북한공산군과 싸우다 희생된 15만 국군장병은 무엇이 되겠는가.

대한민국은 피로써 지켜낸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이념공동체임을 부정할 수 없다. 현충일에 6.25 전쟁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전쟁이었음을 강조하지 않고, 6.25 전쟁을 단순 내전(內戰) 수준으로 폄하하고 인도주의 입장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대통령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6.25 전쟁을 거치면서 살아남은 자와 후손들이 계승하고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대통령이 추념사에서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는 보수와 진보를 넘어선 애국으로 보인다. 우리가 가야할 길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면 진보와 보수의 화합을 언급하기 전에 대한민국의 가치가 무엇인지 명확히 천명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김현성 변호사

서울회·법무법인 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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