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Youtube)가 대세다. 유튜브 동영상을 올리는 변호사들을 자주 본다. 열심히 ‘구독’과 ‘좋아요’를 눌러주고 있다. ‘변호사의 유튜브 진출 현황 및 과제’를 주제로 쓰자면 지면이 넘쳐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 그 이야기는 다루지 않으려 한다. 변호사, 법조계 관련 글을 쓰자면 이상하게도 글이 어려워지고 재미는 뚝 떨어진다. 지루한 서면과 긴 문장을 수없이 보다가 잠시 대한변협신문을 펴보았을 텐데, 여기서까지 그래야 되겠는가.

요즘 한 할머니가 유튜브를 들었다 놨다 한다. 구독자 90만명을 확보한 어엿한 ‘유튜브 크리에이터’. 유행에 둔감한 분을 위해 잠시 설명이 필요하다. 유튜브 크리에이터(Youtube Creator)는 유튜브에 동영상으로 리뷰, 개인 방송 등을 올리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유튜버로 불리기도 한다. 이 할머니는 몇년 전 운영 중인 식당을 접고 전업(專業)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전직했다.

할머니의 인생은 이랬다. 시골에서 막내딸로 태어나 죽어라 일만 했다. 학교와는 거리가 멀었고 한글은 몰래 배웠다. 아무것도 모르고 만난 신랑은 가족의 건사에는 관심이 없었다. 서울에 올라와 떡장사, 엿장사, 식당, 파출부 등등을 전전했다. 식당을 차렸지만 고향사람에게 두번 사기를 당했다. 연고도 없는 용인에서 억척스럽게 생계를 꾸려나갔다. 그 사이 자녀도 컸고, 열아홉 처녀는 회갑을 지나 칠순을 넘어섰다. 사는 동네 옆에 미술관이 있어도, 천만 대작 영화가 나와도, 이 할머니의 관심사가 될 수 없었다. 칠십 평생에 자신은 없었던 것이다. 우리들 어머니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인생이었다.

그랬는데 ‘유튜브’가 나타났다. 할머니와 유튜브를 연결해준 사람은 손녀. 학교에서 콘텐츠를 공부한 손녀는 늦기 전에 할머니에게 추억 하나라도 남겨드리고 싶었다. 유튜브는 그 희망에 안성맞춤이었다. 할머니는 물을 흡수하는 스펀지처럼, 순식간에 유튜브로 빠져 들어갔다. 그동안 몰랐던 장기도 발견했다. 새로운 것이 나오면 본인의 언어로 해석할 줄 알았다.

할머니의 영역은 대한민국에 한정되지 않는다. 할머니와 손녀는 호주, 미국, 스위스, 프랑스, 마카오 등 세계를 다니며 즐겼고, 유튜브라는 렌즈를 절묘하게 활용했다. 구수한 사투리에서 터져 나오는 만물관찰기를 보면, 배꼽은 달아나고 몰랐던 것도 알게 된다. 무엇보다 신문물에 주눅 들지 않고 도리어 자신을 던지는 모습은 보는 사람에게 페이소스를 준다. 치매 예방으로 시작된 동영상 촬영이 어느 순간 할머니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이 때 드는 생각! ‘재밌다. 아. 왜 나는 하지 못했을까. 일흔 넘는 할머니도 하시는데….’

이 할머니는 요즘말로 핵인싸(무리 속에서 아주 잘 지내는 사람)다. 물론 우리가 억지로 핵인싸가 될 이유나 필요는 없다. 할머니도 열심히 하다 보니 핵인싸가 된 것일 뿐이다. 다만 그 과정을 배우고 싶었다. 할머니가 유독 특이한 것도 아니다. 주위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는 대한민국의 할머니이자 어머니다. 인생의 황혼기에 본인의 학습능력을 어김없이 보여주었을 뿐이다.

다시 우리들 얘기로 되돌아가자. 변호사를 비롯하여 법률가는 보수적으로 생각하고 활동하는데 익숙하다. 여기서 ‘보수’는 이념으로서의 보수가 아닌 변화에 대한 민감도로서의 의미다. 법률가가 시대에 뒤쳐졌다는 얘기를 귀에 박히도록 들었다. 시대에 앞서 나갈 의무는 없지만 뒤쳐지면 안 된다. 점점 세상과 멀어지면 당장 회식 때 이야깃거리부터 문제가 생긴다. 변호사의 생계문제인 사건수임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뜩이나 무미건조한 법률서면은 세상과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다. 사건의 실체와 겉도는 경우도 많아질 것이다. 4차 산업혁명, 블록체인이 화두인 지금. 난해한 이론, 복잡한 언어를 배워야 할 때도 있지만, 우리 주위에 놓여 있는 것들을 지나치지 말고 알아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리 어렵지도 않다.

논어에 나오는 글귀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를 다시금 생각해본다. 할머니는 그 글귀나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고 있다. 할머니는 큰 목적을 위해 유튜브를 시작하지 않았다. 자그마한 생각으로 출발했지만 칠십 평생 겪지 못한 것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매일 큰 기쁨을 누리고 있다. 법률가도 다르지 않다. 사건이나 업무라는 영역에서 벗어나, 세상을 보고 듣고 느끼며 즐겨보자. 소확행(일상에서의 작지만 진정한 행복)은 물론, 당연한 얘기겠지만 업무능률도 배가될 수 있다. 할머니가 오늘은 또 무엇을 보고 즐길지 궁금하다. 얼른 켜봐야지.

 

 

/김철 변호사

서울회·법무법인 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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