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을 오래 출입한 한 선배로부터 법원 취재는 집안일 같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아무리 일을 해도 티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자는 곧 기사가 일의 결과물인데, 법원은 취재해야 할 재판은 많지만, 재판 하나 하나가 모두 기사화 되진 않기 때문이다.

검찰에선 주요 수사가 본격화 되면, 누가 소환됐는지, 어디를 압수수색했는지, 어떤 진술이 나왔는지 등 검찰 수사 상황과 관련한 모든 내용이 기사 거리가 되곤 한다. 그에 비해 법원에선 모든 공판 기일의 내용이 기사화 되진 않는 편이다.

뉴스(news)는 새로운 것들(new things)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된 말이라는 게 정설이다. 수사단계에서 보도되는 진술과 증거들은 한 차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걸로 ‘새로운 것’으로서의 수명을 다하게 되는 걸까.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언론 보도들은 정작 시비를 가리는 재판단계까지 왔을 땐 시들해질 때가 있다.

수사 단계에선 피고인 등 관련자들의 검찰 진술 한 마디 한 마디가 단독 보도라는 이름을 달고 대대적으로 보도되곤 하지만, 정작 이해 당사자들의 진술이 얼마나 신빙성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재판 단계에서는 수사단계에서 나온 진술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으로 보도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여론 재판에 의한 유죄 확정의 원칙이 현실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법원의 유죄 확정 판결이 난 사안만 보도 가치가 있다는 말은 아니다. 취재를 통한 합리적 근거가 전제된다면 언론은 의혹을 제기하는 것만으로도 공익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땅콩회항 사건’과 ‘물컵갑질 사건’도 한 예다. 땅콩회항 사건의 장본인인 조현아 전 부사장의 항로변경죄는 결국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이 내려졌고, 업무방해 혐의마저도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조현민 전 전무의 물컵갑질 혐의는 검찰에서부터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그럼에도 일련의 보도는 대한항공 임직원들이 ‘을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됐고,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재벌 일가의 비윤리적 경영 행태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 형성에 큰 역할을 했다.

끝까지 지켜보자는 말이다. 기소는 끝이 아니라 시비를 가리기 위한 시작이다.

재판에 넘겨진 사건들, 특히 수사단계에서 언론사들이 앞 다투어 보도하던 사건들일 경우엔 더더욱 끝까지 지켜봐야한다. 새롭거나 자극적이지 않아 보여도 말이다.

/유호정 MB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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