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호사는 어떻게 생각해요? A 아니면 B? 이 건은 법률전문가 시각에서 판단하는 게 좋을 거 같은데.”

회의석상에서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선례가 없는 양자택일의 상황에서 어느 쪽을 선택할지 확신이 없을 때, 수차례 토론을 거쳐도 합의가 도출되지 않을 때, 그 자리의 누구도 의견을 피력함으로써 책임을 떠안고 싶지 않을 때, 사내변호사에게 의사결정의 공이 넘어온다.

이를 단순히 책임전가라는 관점으로 볼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모두가 답답한 순간에 찾는 법률전문가의 시각이란 과연 무엇인가. 선택의 순간에 사람들이 법률전문가에게 기대하는 것은 아마도 ‘예측가능성’일 것이다.

정확한 자문에 있어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절차에 대한 이해다. 송무에서 소송절차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면 의뢰인과의 상담에서 큰 메리트를 가지듯이,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도는 전문성을 어느 정도 방증한다.

주로 공공부문 사업을 수행하는 필자의 회사에서는 지자체의 사전처분절차에 대한 이해도가 중시된다. 실무자들은 의견 제출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청문 절차는 누가 주재하는지, 계약심의위원회는 언제 열리는지를 시시때때로 묻는다. 현재 어느 단계에 와있고, 어떠한 대응방안이 있으며, 이러한 대응이 향후 어떤 영향을 끼칠지를 묻는 것이다.

현업에서 위와 같은 질문을 하는 맥락도 이와 마찬가지다. 망설이는 것은 현재 단계에서 무언가를 선택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일들에 관한 데이터가 어떠한 판단을 내릴 만큼 충분히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택의 순간 실무자가 듣고 싶어 하는 것은 A 또는 B라는 대답이 아니다.

오히려 “A를 선택하게 될 경우에는 어떤 가능성이 있고 반면에 어떤 리스크가 있다. B를 선택해야 할 경우는 또 어떠하다. 업계의 관행은 이러하며, 관련 기관의 가이드라인은 이러한데, 향후에는 어떤 경향이 강조될 것 같다”라는 내용의 정제된 정보일 것이다.

판단의 중요한 근거들을 선별하여 되짚어주는 것이 좋다. 누구나 자신의 결정에 조금이라도 확신을 가지고 싶어 하고, 예측가능성은 확신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주하윤 변호사

서울회·주식회사 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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