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여풍당당 여변
[여풍당당 여변]다시, 리걸마인드
임주영 변호사  |  hamapum@gmail.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741호] 승인 2019.06.10  09:48:24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런던 히드로 공항 입국 심사는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필자는 공교롭게도 자동입국심사 제도 시행 열흘 전에 런던 여행 차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다. 혼자 떠난 여행이었고, 호텔이 아닌 런던에 사는 친구 집에서 지낼 계획이라서 호텔을 예약해 두거나 여행 루트를 미리 마련하지 않았다.

이민국 직원은 통상적인 질문부터 시작했다. “런던에 온 목적은?” “얼마 동안 머무를 예정인지?” 무사히 통과하나 싶었는데 여권을 들춰보던 이민국 직원의 눈빛이 갑자기 날카로워졌다. 출국 전 만료 기간이 임박한 여권을 갱신한 탓에 여권 속지가 아주 깨끗한 것이 문제였다.

“런던에서 어디어디 여행하느냐?” “숙소 이름은 뭐냐?” “런던에서 쓸 돈은 얼만큼 가져왔느냐?” 등등 갑자기 질문이 쏟아졌다. 짧은 영어는 당황하여 더 짧아졌다가, 한국에서 무슨 일 하느냐는 질문에 당당히 큰소리로 “I am a lawyer”라고 대답했다.

이민국 직원은 믿기 어렵다는 듯 변호사 신분증을 요청했다. 변호사 신분증을 가지고 오지 않았기에, 대신 ‘사법연수원’이 조그맣게 인쇄된 신용카드를 보여주며 “이게 그거나 마찬가지다” 라는 말도 안 되는 대답을 했다.

이민국 직원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무슨 법을 전공하느냐”고 결정타를 날렸다. 나는 당당히 “General law”라고 답했다. 세상에 일반법이라니…. 그 땐 아마 무슨 사건이든 다 한다는 의미로 거침없이 대답했던 거 같은데 생각해보면 얼굴이 빨개지는 대답이었다. “What???” 이민국 직원의 한 마디에 나는 다시 목소리가 작아졌다. 결국 돌아가는 항공권을 보여주고 나서야 긴 입국 심사를 마칠 수 있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변호사입니다”라고 소개하면 십중팔구 이어지는 질문은 “전문 분야가 뭐죠?”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필자는 잠시 고민하게 된다. 처음부터 특수한 분야에서 차곡차곡 경력을 쌓았더라면 망설임 없이 대답하겠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이런저런 경험을 쌓고 싶은 맘이 더 컸기에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면 아쉽게도 큰 일관성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모든 사건을 다루는 어쏘변호사로 시작해 국선전담변호사로 진로를 바꿨다가, 사내변호사로 급 선회해서 지금은 기업 법무팀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 사건을 다루는 개업 변호사로 살고 있다.

다행인 건 모든 사건은 다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현실에서 접하는 법률 문제는 교과서나 시험문제처럼 정형화됐거나 단순하지 않다는 걸 법조인이라면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기업 사건을 하면서 과거 국선변호사 재직 시절 형사 사건을 많이 다뤘던 경험이 도움이 된 것처럼 불필요한 경험은 없었다.

생각해보면 법조인이 되기 위한 시험을 준비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알게 모르게 쌓여온 리걸마인드가 잘 모르는 사건도 해결할 수 있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 같다. 정보와 지식이 넘쳐나는 요즘 시대엔, 리걸마인드로 핵심 정보를 찾아내서 법률 문제와 연결해 해결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혹시 내세울 만한 전문 분야가 없더라도 슬퍼하지 말자. 우리에겐 리걸마인드라는 특별한 기술이 있다!

/임주영 변호사

서울회·법률사무소 Young&Partners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4차 산업혁명, 네거티브 입법 불가피”
2
개성공단 이야기 청취하세요!
3
박종문 헌재 사무처장, 변협 내방
4
[회원동정]구태언·이원곤 변호사, 암호화폐거래소 첫 준법감시인
5
충북회, 회원간 소통·화합의 장 마련했다
Copyright © 2019 대한변협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ews.koreanba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