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청변카페
[청변카페]착각과 오만
배상현 변호사  |  exynos1105@naver.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741호] 승인 2019.06.10  09:47:34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싱크대 앞에 섰다. 아내가 아들을 재우러 간 사이 설거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빨간 고무장갑을 양손에 끼고 크게 심호흡을 했다. 수세미에 세제를 묻히고 그릇을 문질렀다.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나의 손은 빠르고 정확했다. 수세미 질을 마치고 강한 수압으로 그릇을 씻었다. 시작과 끝은 완벽했다. 그러나 그릇을 물로 행구고 난 후 아직 떨어지지 않은 고춧가루를 발견했다. 설거지가 완벽했다는 생각은 나만의 착각이었다.

다시 물을 틀어 수세미로 그릇을 닦았다. 이번에는 그릇에 반짝반짝 광이 난다. 그릇들을 건조대에 올려놓고 고무장갑을 벗어 싱크대에 올려두었다. 이번에는 정말 완벽했다. 설거지를 마치고 소파로 가려던 순간, 아내가 식탁 위에 있던 장조림 용기를 가져다준다. 이쯤 되니 ‘설거지를 완벽히 했다’는 나의 생각은 오만이었음을 깨달았다.

사실 이러한 착각이나 오만은 일상생활 속에서만 발현되는 것이 아니다. 소송을 진행하다가 기세를 잡고 분위기를 주도하다 보면, 이 소송은 이길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길 때가 있다.

서면을 쓴 후 퇴고를 마칠 때쯤 오탈자와 비문이 없다고 생각을 했는데, 다음 날 다시 보면 오탈자나 비문이 보인다. 상담하는 의뢰인의 말만 믿고 상대방이 나쁜 사람이라 생각했으나, 알고 보니 둘 다 나쁜 사람이다.

착각이나 오만은 당연히 누구에게나 나쁜 것이지만 변호사에게 있어서는 매우 치명적이다. 착각과 오만은 실수로 귀결이 되고 결국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한다. 변호사의 착각과 오만으로 인하여 피해를 받는 사람은 변호사 자신이 아니라 그 변호사에게 일을 맡긴 의뢰인이다. 이에 경력이 쌓일수록 자신감은 잃지 않되 착각과 오만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한다.

그럼에도, 오늘 나는 착각과 오만에 빠지고 만 것이다. 이런 나 자신을 반성하며 장조림 용기를 깨끗이 닦는다.

/배상현 변호사

서울회·법무법인 정세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국회 법률안에 대한 변협 의견]“세종시 법원 신설, 인구수만으로 판단해선 안 돼”
2
조국 전 민정수석, 9일 법무부장관 지명
3
[제네바통신]한국인의 DNA와 글로벌 혁신지수
4
“국제인권조약, 재판에 적극 원용해야”
5
[회원동정]한상혁 변호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지명
Copyright © 2019 대한변협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ews.koreanba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