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 사이에 제 신변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습니다. 2017년 12월 2일 사법연수원에서 아내를 만나 결혼을 했고, 연수원을 수료한 후 지난해 2월 5일 대전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로 개업을 하여 일을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11월 8일에는 딸이 태어났습니다.

1년이 채 되지 않는 사이에 저는 남편이자 아빠가, 그리고 변호사가 됐습니다. 이러한 신변상 변화로 인해 현재 제 인생의 화두는 ‘일과 가정의 조율’이 됐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의 일·가정 양립 및 근무환경에 관한 설문조사를 하여 보도자료(제49-220호, 2018. 12. 18.)를 배포했습니다. 총 1248명(남성 660명, 여성 588명)의 변호사가 설문에 참여했고, 그 설문조사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응답자의 89.9%가 주중 시간외 근무를 하고 있고, 시간외 근무는 주1회(19.8%)가 가장 많았지만, 그와 거의 동등한 수치로 주5회 이상 시간외 근무를 한다는 응답(18.6%)을 했습니다. 위와 같은 통계자료에 비추어 보면 변호사들은 소위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저 역시도 저녁이 있는 삶을 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과 중에는 상담, 재판 출석, 수사 입회, 위원회 활동 등의 업무를 처리하느라 서면을 작성할 시간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결국 일과시간 외인 주중의 저녁과 심지어는 주말을 할애하여 서면을 작성합니다. 그리고 재판연구원으로 일을 하고 있는 아내도 상황은 매한가지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 막 태어난 딸은 엄마와 아빠랑 보내는 시간보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랑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저와 아내는 요즘 문제의식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고,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지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우리 앞으로 일과 중에 조금 더 집중해서 일을 빨리 처리하자” “여보랑 나랑 서로 하루 하루 교대로 돌아가면서 저녁에 일찍 퇴근을 하자” “주말 중에 토요일 하루는 아기랑 셋이서 무조건 시간을 보내자.” 등등 말입니다.

그러나 결국 본질적인 해결책은 찾지 못하고 반성만을 반복하곤 합니다. 어찌 보면 욕심을 내려놓지 못해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변호사로서 열심히 일을 하다 보면 ‘뭔가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에 아등바등 살아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그 ‘뭔가 좋은 일’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생각조차 하지 못하면서 말입니다. 벌어지지도 않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 잡아 살아가고 있는 셈입니다.

앞으로 제 삶에서 저당 잡혀 있는 현재가 언제 풀릴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그 최고액을 적당하게 조율해가며 변호사로서,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삶의 실타래를 조금씩 풀어내야 할 거 같습니다.

 

 

/이승현 변호사

대전회·산군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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