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쯤 동료 변호사 한명이 뇌혈관 질환으로 갑자기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40대 초반의 나이였고,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 지 7년이 되는 해였다. 이 일을 계기로 변호사들의 일과 건강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을 해보게 됐다.

우리는 “건강이 최고”라고 말하고 다니면서도 막상 아프기 전에는 건강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산다. 책임감이 숙명인 변호사들은 당장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다보면 자기 체력의 한계를 넘어 건강보조제나 약의 힘을 빌려서라도 그 일들을 처리할 수밖에 없다. 갑자기 급한 사건을 맡게 되면 원래 하려던 일을 뒤로하고 그 일을 먼저 처리해야 하는데, 같은 양의 일을 짧은 시간에 해야만 할 때 몸이 받는 피로의 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오늘 오후 늦게, 내일 아침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앞둔 사건을 수임했다고 가정하면, 천재나 기계가 아닌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은 밤을 새워야 하는 것이다. 밤을 새운 다음날, 대체 인력이 없는 사무실이라면 상황은 최악이다.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도 못하고 밀린 일을 해야 한다.

뇌의 피로는 몸만 쉰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번 흐트러진 리듬을 찾으려면 몇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일이 어쩌다 한번 있는 것이 아니라 반복된다면 건강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법조인의 숫자를 늘려 보다 저렴하고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의 결과물로 변호사의 수가 예전보다 급격하게 많아지고 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으려면 모든 것이 변해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하나의 변화는 그에 상응하는 변화를 계속 동반하는 법이다. 변호사의 수가 많아지는 만큼 송무에서 벗어나 아예 다른 직역으로 방향을 잡는 변호사들이 많아지고는 있지만, 수도권과 달리 부산은 아직 송무에 종사하는 변호사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송무 시장에서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고용 변호사들은 고용 변호사대로, 구성원 변호사는 구성원 변호사대로 다함께 과로와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이 어려워지더라도 우리의 의식은 성장해야 한다. 의뢰인도 중요하고 돈도 중요하지만 변호사도 각자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 가는 사람이고, 건강할 권리가 있는 근로자라는 생각은 변하지 말아야 한다.

지난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이었다. 변호사 사무실도 엄연히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가 존재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근로자의 날은 변호사 사무실과는 무관한 날로 인식돼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올해 부산의 많은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로자의 날을 유급휴일로 운영했다고 한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시행되고 있음에도 건강한 근무 환경이 중요하다는 점에 다 같이 공감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변호사 사무실의 구성원들, 의뢰인들, 공무원들 모두 자기 문제에만 함몰되지 말고 타인의 고통을 먼저 생각하는 역지사지를 하는 것, 그래서 변호사들이 모두 건강하기를 바란다. 아직 치료 중인 동료 변호사도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이미주 변호사

부산회·법무법인 우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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