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변호사에게 계약서 검토는 언제나,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고 해도 될 만큼 일상적인 것이다. 그러나 처음 계약서를 검토해야 했던 때를 생각하면 그렇게 막막할 수가 없었다. 계약서를 검토할 때에는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거니와, 각각 완성도가 천차만별인 계약서들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수정해야 할지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일단 검토할 계약서를 받으면 가장 먼저 계약 체결의 당사자들과 서명란을 통해 권한이 있는 자가 계약을 체결하는 것인지를 확인하여야 한다. 그 후에는 계약서의 내용상 불분명한 것이나 독소조항은 없는지를 살피고, 해당 계약을 체결하는 목적과 실무부서가 반드시 포함하려는 내용이 계약서에 충분히 반영되었는지를 확인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처럼 내용이 불분명하거나, 어느 일방에게 명시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한 경우 등, 문제 되는 부분을 쉽게 발견하고 수정할 수 있는 경우는 오히려 특별히 이슈가 되지 않는다.

회사들이 사내에 변호사를 두는 이유 중의 하나는, 문제가 되는지조차 몰랐던 문제나 간과하고 있었던 이슈를 잡아내기 위해서이다. 쉬운 예로 만약 검토하고 있는 계약에 하도급법이 적용될 것 같다면 검수는 10일 이내에 하는지, 대금은 60일 이내에 지급하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아직까지는 적극 활용되고 있지 않지만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약칭 ‘상생협력법’)이 적용되는 경우에도 비슷하다. 필자가 근무하는 회사는 제약업에 속해 있어 약사법 개정으로 ‘지출보고서 작성 의무’가 도입됐을 때, 동 의무를 준수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를 요청할 권한에 관한 조항을 신설하기도 했다.

체결 단계에서부터 계약서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여러 차례의 수정을 거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다수의 나라들과 달리, 국내에서는 아직도 계약서의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는 듯하다. 그 때문에 사내변호사로 업무를 하다 보면 계약서에 대한 수정 의견을 줄 때 많은 도전을 받게 되곤 한다. 계약서 검토란 당장에는 잘하든 못하든 티가 나지 않으나 장기적으로는 회사에게 매우 중요한 업무이다. 물론 해당 사업의 필요성이나 협상력, 각 조항과 계약의 중대성 등을 고려한 강약 조절은 반드시 필요하다.

 

 

/서민경 변호사

서울회·한미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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