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 ‘왼손잡이 아내’는 성형수술을 통해 타인을 강제로 페이스오프(face off) 시키는 등 자극적인 소재로 인해 ‘막장 드라마’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16%를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극중 인물 조애라와 조애라의 친아들인 김남준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없는 박순태(오라그룹 회장)를 치매 환자로 몰아가는 내용이 방영됐다. 조애라는 김남준에게 “(조애라의 시아버지이나 김남준과는 혈연 관계가 없는 박순태를) 꼭 금치산자로 몰아야 돼”라고 지시하고 박순태의 주치의에게 “(박순태에 대해) 금치산자 신청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 거래를 시도했다.

하지만 현행법에는 ‘금치산자’나 ‘금치산(자) 신청’이라는 용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2013년 7월 1일 시행된 개정 민법(법률 제10429호, 2011. 3. 7. 일부개정)은 금치산·한정치산제도를 폐지하고 성년후견제도를 도입했다. 또한 민법 부칙 제2조 제2항의 경과규정에 따라 2018년 7월 1일부터 종전 금치산 또는 한정치산의 선고의 효력이 상실됐다.

성년후견제도는 장애, 질병, 노령 등으로 인해 사무처리 능력에 도움이 필요한 성인에게 가정법원의 결정 또는 후견 계약으로 선임된 후견인이 재산관리 및 일상생활에 관한 보호와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피후견인의 의사와 복리의 최대 존중을 기본 이념으로 채택하고, 후견인이 그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여 줌으로써 피후견인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다. 성년후견제도를 통해 사무처리 능력에 도움이 필요한 성인의 재산보호뿐만 아니라 의료행위, 거주지 결정 등 신상에 관한 폭넓은 지원이 이뤄지게 됐고 가정법원 또는 후견감독인에 의한 후견업무의 감독이 가능해졌다. 후견과 관련한 별도의 등기제도를 운영하여 후견인 선임 여부에 대한 개인정보도 보호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금치산·한정치산제도가 폐지되고 그와 성격이 다른 성년후견제도가 도입된 지 6년이 다 되어감에도 불구하고 공영방송의 드라마에서조차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폐지된 제도를 운운하고 있다. 이러한 드라마를 시청하는 대다수의 국민은 금치산·한정치산제도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밖에 없다.

드라마를 시청하다 보면 형사재판의 당사자(공소제기를 당한 사람)를 ‘피고’라고 칭하거나 “피고를 징역 몇년에 처한다”라고 판결하는 장면을 가끔 보게 된다. 피고는 민사소송 등에서 원고의 상대방이 되는 당사자를 의미하며, 형사소송의 당사자(공소제기를 당한 사람)는 ‘피고인’이라고 칭하여야 한다.

그나마 재판하는 장면이 있는 소위 법정 드라마는 변호사의 자문을 꽤 받는 편으로 시청하면서 “에이, 저건 아닌데”라고 할 만한 상황이 많지는 않다.

그런데 ‘왼손잡이 아내’는 전형적인 법정 드라마가 아니다 보니 법률적인 부분에 대한 전문가의 검토를 소홀히 한 것 같다. 드라마의 제작 과정에서 변호사의 자문을 받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홍남희 변호사

강원회·홍클로버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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