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고등법원 2018. 9. 5. 선고 2018누10154 판결 -

1. 사건의 개요

① A선박(총톤수 9만2071톤)은 2017년 3월 인천 영흥화력부두 접안을 위해 장안서 도선점에서 주도선사와 보조도선사를 승선시켰다. ② 보조도선사는 장안서에서 창서까지 도선지휘를 하였고, 주도선사는 창서에서 도선권을 인수하여 도선지휘를 시작하였다. ③ 주도선사가 부두로부터 0.4마일 떨어져 6노트 속력을 유지하고 있을 때 보조도선사는 선박 속력이 빠르다고 지적하였다. ④ 주도선사는 5.5노트 속력을 유지하면서 예인선을 지휘하였으나 감속이 잘되지 않았고, 부두에서 0.2마일 떨어져 있을 때 여전히 4.8노트의 빠른 속력을 유지하자 접안예정 부두를 지나치려고 조선하였으나 결국 부두와 접촉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손해액 90억원). ⑤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은 주도선사 업무정지 3월, 선장 업무정지 1월, 보조도선사 업무정지 1월의 징계재결을 하였다(중앙해심 제2017-021호). 이에 보조도선사(원고)가 징계사유의 부존재를 주장하며 재결취소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2. 대상판결의 요지

공동도선 시 도선을 지휘하는 주도선사가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부담하여야 하고, 보조도선사는 주도선사에 대한 보조 업무, 주도선사 유고 시 예비 업무에 한하여 그 책임을 부담하게 하는 것이 해당 거래계의 실무에 부합한다고 판단된다. 보조도선사가 주도선사에게 이 사건 선박의 속력이 빠르다고 지적하였다면, 이로써 보조도선사로서 부담하는 지적의무를 이행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를 넘어 원고에게 보다 조기에 주도선사의 도선이 잘못임을 지적하게 하거나 그 지적을 반복하여 잘못을 시정하게 할 주의의무를 부담시킬 수는 없다.

 

3. 검 토

위 판결은 ‘보조도선사의 주의의무’에 대한 내용을 설시한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다음의 2가지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법원은 보조도선사가 자신이 담당하는 도선 구간에서는 ‘도선사로서의 책임’을 부담하며, 그 이후의 구간에 대해서는 ‘예비적·보조적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하였다. 보조도선사의 자격, 역할 분담 등을 고려할 때 타당한 판단으로 보인다.

다만, 복수도선사를 배정하는 취지를 감안하여 보조적 책임에 관하여 좀 더 구체적으로 설시하지 않은 점은 다소 아쉬운 점이다. 즉, 복수도선사를 배정하는 이유는 단순히 도선구간이 길어 보조도선사에게 일부 구간의 도선을 분담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선폭이 넓어 좌·우현의 경계가 필요한 경우, 위험물 적재선박, 총톤수가 큰 선박, 전방 감시가 현저히 저해되는 선박, 특수 구조선 등 특별히 경계가 더 필요한 경우에 추가적인 도움을 얻기 위한 것이다. 도선사 1명이 도선을 지휘하기 부담되는 선박에 보조도선사를 승선시켜 추가 조력을 받고자 하는 것이므로, 보조도선사가 담당하는 도선 구간을 지난 경우에도 도선사로서의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봐야 한다.

구체적으로 ① 예인선이 주도선사의 지시·의도에 따르고 있는지 여부, ② 수로상황 및 주위 선박의 동정 확인, ③ 선박 상호간 거리, ④ 해상교통관제센터, 선사대리점 및 다른 선박과의 연락 업무 등을 수행하며 항행 위해요소 발견 시 주도선사에게 적극적으로 보고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법원의 설시는 보조도선사가 자신의 도선 구간을 지난 경우에는 마치 자신의 직무를 다 수행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는바, 이는 보조도선사의 직무태만을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된다(실제 보조도선사는 자신의 도선구간이 지난 다음 선장에게 “기관장을 알고 있는데 선교로 불러주세요”라고 요구하였으나, 선장이 이를 거부하였다).

둘째, 법원은 보조도선사·선장이 속력이 빠르다고 지적하여 주도선사가 선박의 속력이 빠르다는 것을 인지하였으므로 보조도선사에게 추가적인 지적의무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비록 보조도선사가 속력이 빠르다는 점을 단 1회 지적하였을 뿐이지만, 그 횟수보다는 주도선사가 위험 상황을 인지하였는지에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생각건대, 보조도선사는 주도선사가 혼자서 인지하기 어려운 조선상황에 대하여 주도선사에게 보고할 의무가 있을 뿐, 최종적인 조치는 주도선사가 하는 것이므로 위험상황을 주지시켰다면 보조도선사로서의 지적의무는 다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주도선사에게 속력이 빠르다고 1회 지적하였다고 하여 지적의무를 다한 것으로 일반화해서는 안 되고, 선박규모, 기상 및 해상상태, 해상교통량의 밀도 등 선박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달리 판단되어야 하며, 보조도선사를 승선시킨 취지를 고려할 때 보조도선사의 지적의무 이행을 너무 쉽게 인정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인천항 도선사회는 본 건 이후 “도선에 대한 실질상·법률상 책임은 전적으로 주도선사에게만 귀속되며, 보조도선사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지침을 개정하였다. 도선사회 지침은 사적 단체의 내부 지침으로 법규성은 없으나, 이러한 개정은 보조도선사를 승선시키는 취지를 몰각시키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정훈 변호사

해양안전심판원 심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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