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주최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 위한 공청회에서 법조계, 학계 의견 나눠
이해 충돌, 지원 대상, 예산 문제 지적도 … 운영 주체, 관리위 구성 변경 등 대안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운영 주체로 인한 업무 독립성, 중립성 훼손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법무부는 지난 21일 엘타워 메리골드홀에서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을 위한 형사소송법 및 법률구조법 일부개정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개정안을 마련한 법무부가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 경과와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법조계, 학계 등이 이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는 수사단계에서 인권침해를 방지하고,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질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도가 도입되면 초동수사 단계부터 형사공공변호인이 피의자 입장을 대변하게 된다. 검찰 과거사위원회도 1월 ‘삼례 나라슈퍼 사건’과 관련,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을 권고하기도 했다.

박하영 법무부 법무과장은 “OECD 국가 35개국 중 29개국이 이미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를 운영 중”이라면서 “내년 시행을 목표로 올해 법률구조법과 형사소송법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운영 주체다. 법무부는 제도 운영을 법무부 산하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맡기기로 했다. 이는 국선변호 업무에서 중요한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키기 힘들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별도로 피의자국선변호관리위원회를 설치하더라도 선발 및 위촉은 공단이 담당한다.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공단 이사장이 임명한다. 공단 이사장은 법무부 장관이 임명하는 자리다.

정영훈 변협 인권이사는 “공단 이사장은 정권이 교체되면 변경돼왔다”면서 “공단 이사장 성향과 의지에 따라 언제든지 피의자국선변호업무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양홍석 변호사도 “관리위원회 사무국을 공단 직원 중 일부가 겸직하거나 공단에서 인원을 선발하는 건 위원회를 공단 필요와 판단에 따라 언제든 개편할 수 있다는 의미”라면서 “피의자국선변호사업을 독점 시행하려는 편의적 생각”이라고 질타했다.

이우영 서울대 법전원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변협에서 제도를 주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해 충돌’ 문제도 불거졌다. 법무부는 공단에 소속되지 않은 개업변호사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양시훈 서울고등법원 판사는 “관리위원회 관리를 받는 변호사가 검사와 대등한 지위에서 피의자를 실질적으로 변호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공단이 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 제도도 맡고 있어 성폭력 범죄 사건에서도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정영훈 인권이사도 “공단 소속이 아니어도 공단 소속 관리위원회가 위촉, 선발, 업무평가, 해촉을 맡으면 소속 변호사에 준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관리위원회 구성을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객관성 확보를 위해서다. 정영훈 인권이사는 위원장을 변협 협회장이 지명한 위원으로 재적위원 과반수 동의를 받아 임명하고, 위원은 법무부·법원 추천 각 3인과 변협 추천 5인으로 하는 안을 제시했다. 단 변협 추천 5인 중 2인은 변호사가 아닌 덕망과 학식이 있는 자로 했다.

양홍석 소장은 모든 위원을 현직 공무원이 아닌 사람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법원장이 3인을 추천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원 대상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법무부가 정한 지원 대상은 ‘체포된 미성년자, 농아자 및 심신장애 의심이 있는 자’와 ‘단기 3년 이상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중죄 사건으로 체포된 피의자’다. 전자는 사회적 약자여서, 후자는 심리적으로 위축돼서 스스로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할 것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영훈 인권이사는 체포된 사람 ‘누구나’ 국선변호인 조력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헌법 제12조 제4항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하면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양시훈 서울고등법원 판사는 “긴급체포가 필요없는 경우에도 긴급체포가 빈번히 이뤄지고 체포영장이 집행돼도 구속영장 청구 없이 석방되는 예가 적지 않다”면서 “일률적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태섭 의원이 지난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사법경찰관이 긴급체포한 11만2249명 중 4만5577명은 구속되지 않고 석방됐다. 40.6%에 달하는 수치다. 경찰 긴급체포 후 아예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경우도 24%, 2만6957명에 이른다.

활동기한에도 문제가 지적됐다. 양홍석 소장은 “수사절차부터 공판단계까지 동일 변호인이 일관된 주장과 입증을 해야 당사자가 효율적, 효과적인 조력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영훈 인권이사도 “형사공공변호인이 수사 초기부터 1심 판결 시까지 국선변호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산 확보 문제도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우영 교수는 “예산을 충분하고 엄정하게 편성·운용하는 문제는 제도 독립성과 공정성, 정당성에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양시훈 판사는 “피의자국선변호업무에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재원 마련 방법과 국민 지지를 얻을 방안이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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