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무선 통신기술의 발전을 통한 인터넷의 급속한 보급에 따라 전자상거래(electronic commerce) 분야는 급속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전 세계 전자상거래 규모는 2017년 2조 달러를 돌파했고 2018년에는 2조 8420억 달러로 전 세계 무역규모의 11.9%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에서는 일찍부터 전자상거래의 중요성을 인식해 1998년 ‘전자상거래 작업계획(work program on electronic commerce)’을 마련한 이래 논의를 진행해 오고 있다.

특히 2016년 7월 한국 주도로 준비한 믹타(MIKTA) 전자상거래 워크숍의 성공적 개최는 WTO 내에서의 전자상거래 규범 논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11차 WTO 각료회의(MC-11)에서 발표된 전자상거래에 대한 탐색적 논의 개시에 대한 71개국(EU 28개국 포함) 공동선언문으로 연결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3월부터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으며, 2018년 중에는 총 8차례 회의를 개최해 디지털무역 및 전자상거래 촉진, 개방성과 디지털무역 및 전자상거래, 신뢰와 디지털무역 및 전자상거래, 복합이슈 등 4개 테마를 중심으로 협상을 전제로 한 탐색적 논의를 진행했다.

투명성, 개방성, 포용성을 원칙으로 71개 공동선언 참여 회원국 외에 중국, 파키스탄 등 미참여 회원국들도 회의에 참여했으며 미국, EU 등이 제안서 총 17개를 제출했다. 세부 주제별로 제안서, 각국 경험, FTA 문안 등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했으며 국경 간 정보 이동, 서버 현지화, 소스 코드, 개인정보 보호 및 디지털 격차 해소 등 전자상거래의 주된 이슈들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각국의 정책사례를 공유함으로써 전자상거래 규범 협상으로 나아가는 가교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성과를 반영해 올해 1월 다보스 포럼 계기에 전자상거래 규범 협상 개시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는 2차 공동선언문을 76개 회원국이 발표했으며, 이에 따라 5월부터 본격적인 조문 논의가 개시되고 있다. 그동안 전자상거래 논의는 개도국과 선진국 간 디지털 기반의 격차 및 개별 회원국들의 전자상거래 관련 정책의 차이 등으로 구체적 성과 도출에 어려움을 겪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운 측면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 중인 논의에서는 소기의 결실을 거둘 수 있다는 희망적인 측면이 존재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먼저, 이번 논의는 전체 회원국이 아닌 전자상거래에 많은 관심을 보유하고 있는 공동선언 참여 회원국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유사한 입장을 보유하고 있는 복수국가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는 점에서 합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보인다.

둘째, 기업 활동에 대한 투명성 제고 등을 위한 전자상거래 다자 규범 필요성에 대한 WTO 외부의 요구와 기술 발전에 따른 전자상거래의 급속한 성장은 조속한 규범 마련 필요성에 대한 회원국들의 인식을 높이고 있다.

셋째, 올해 회의는 상하반기로 나누어 매월 개최되며 3일에 거쳐 전체 회의, 세부 주제에 대한 기술적 논의, 전체 회의 순서로 진행돼 본부 전문가들의 참여를 통한 보다 의미 있는 논의 진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전자상거래 논의가 국내규제 및 수산물보조금 논의 등과 함께 다자무역체제의 근간인 WTO 실효성을 보여줄 수 있는 시금석으로 인식되고 있는 점이다. 특히, MC-11에서 각료 선언문조차 채택하지 못했던 점은 전자상거래 성과 도출에 대한 부담을 더욱 높이고 있다.

전자상거래는 무역비용 감소를 통한 교역 확대와 경제 성장이라는 주된 긍정적 효과 이외에도 고용 창출, 중소기업의 무역 참여 활성화, 여성의 경제 참여 등 부수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다. 선진국과 개도국들이 상호 이해, 존중, 배려를 기반으로 현재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WTO 전자상거래 논의를 가시적인 성과로 연결시켜 WTO 설립 취지를 되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우해영 주제네바대표부 공사참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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