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꽃피웠던 고대 아테네 몰락의 직접 원인은 아테네와 스파르타 사이의 펠로폰네소스 전쟁(BC 431~BC 404)이었지만,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아테네 몰락의 근본원인으로 중우정치(衆愚政治)를 꼽았다. 아테네 민주주의는 걸출한 정치지도자 페리클레스를 낳았지만 그가 잉태시켰던 대중영합적인 정책들로 인해 아테네 민주주의는 중우정치화됐고, 결국 그의 사후 아테네는 내부 분열을 거듭하며 멸망의 길을 걷고 말았다.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뛰어난 엘리트 정치가가 없다면 대중 선동정치가 나올 수밖에 없고 포퓰리즘(populism)으로 흐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른다. 민주주의와 포퓰리즘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그러나 포퓰리즘은 민주주의의 한 단면이지만, 민주주의는 포퓰리즘에 의해 파괴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포퓰리즘은 ‘엘리트 전문가에 대한 불신’과 ‘대중에 대한 직접적 호소’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형태로 발현된다.

최근 민주주의의 파괴를 우려하는 지적이 많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계 정치를 휩쓸고 있는 포퓰리즘이 아돌프 히틀러와 같은 지도자의 선출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그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고, 영국의 사회학자 콜린 크라우치가 명명한 ‘포스트 민주주의’ 즉, 민주주의와 법치국가가 유지되고 지속되고 있음에도 국민에 의해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배신하는 역설적인 상황도 포퓰리즘과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

최근 주 52시간 근로제로 인해 감소되는 소득을 보전하라며 전면 파업 카드를 꺼내든 버스기사들에게 버스요금 인상, 기사임금 인상, 광역버스의 준공영제 등을 도입하기로 함으로써 정부는 사실상 항복을 선언했다.

주 52시간 근로제에 따른 혼란과 부작용이 거의 모든 산업현장에서 속출하고 있고,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의 급등으로 인해 가게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이에 대해 자영업자를 위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이름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유행처럼 내놓고 있는 정책이 제로페이와 소위 지역화폐라는 상품권 발행이다.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과속인상, 보편적 현금수당 등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과 문제에 대한 해답으로 또다른 포퓰리즘 정책들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퍼주기식 포퓰리즘 정책은 미봉책에 불과하고 민주주의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

논어(論語)에 ‘정자정야(政者正也)’라는 말이 있다. 세상을 바르게 하는 것이 정치라는 의미다. 바르게 한다는 ‘정(正)’자는 ‘한번(一) 멈추고(止)’ 뒤돌아본다는 의미로 어떤 정책이라도 한번 멈추고 돌아보면서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대통령도 “최저임금, 탄력근로제, 주 52시간 근로제 등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 기업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한 것이다. 대통령의 ‘정(正)’을 기대한다.

 

/김현성 변호사·서울회·법무법인 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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