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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정 양립, 성공담 아닌 일상 돼야“법 수호하는 변호사, 정작 일·가정 양립 위한 본인의 권리는 사각지대 놓여”
법조계에선 대체 인력 확보, 출산·육아휴직자 인사평정 제외 등 개선 노력 중
강선민 기자  |  news@koreanba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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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8호] 승인 2019.05.20  09:3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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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5월이다. 우리 사회 최대 화두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다. 일 중심에서 일·가정 균형을 중시하는 의식 변화에 대응해, 일·가정 양립을 위한 범사회적 지원과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워라밸 바람은 법조계도 예외가 아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013년부터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위원회를 통해 회원들의 일·가정 양립 실태를 조사, 연구하고 있다. 2015년부터는 일·가정 양립 문화 창달을 선도한 법률사무소를 발굴해 시상하는 등 법조계 환경 개선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에는 변협 취업정보센터에 육아휴직 카테고리를 신설해 변호사 대체 인력 수요자와 구직자 간 탄력근로 운영에 앞장서기도 했다. 그러나 다각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변호사들이 체감하는 워라밸 지수는 높지 않다.

A변호사는 “서초동에서 출산전후휴가나 육아휴직은 ‘당연히’ 안되는 분위기”라며 “변호사는 가장 가까이서 법을 수호하는 직업이지만, 정작 본인 권리를 찾을 수 없는 직업이기도 하다”라며 허탈함을 전했다.

이제는 보편화된 법정 출산전후휴가나 육아휴직조차 변호사에겐 요원한 이야기다. 변협이 지난해 11월 실시한 ‘2018년 변호사의 일·가정양립과 여성변호사 채용·​근무에 관한 실태 조사(응답자 1248명)’에 따르면, 출산전후휴가 전 기간을 사용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34.3%에 달했다. 현행 법정 출산전후휴가 기간은 90일이다. 30일 미만으로 출산전후휴가를 사용했다는 응답자도 14.5%였다.

변호사가 경력 단절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법정 휴가를 포기하거나 개업변호사로 나가야 한다. 개업변호사의 경우 사실상 일·가정 양립 사각지대나 다름없다. 출산전후휴가 자체가 영업과 수입에 직결되고, 업무 공백을 변호사 스스로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법조경력 7년차인 B변호사는 “두 아이를 출산하는 동안 퇴직과 이직, 개업을 거듭했다”며 “일과시간 이후에도 격무에 시달리는 송무변호사로선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힘들어 유연근무제가 가능한 공공기관으로 이직했다”고 토로했다.

육아휴직은 더 어려운 선택지다. 관련 법제도가 갖춰져 있더라도, 업무 대체가 불가능한 현실에서 변호사들이 휴직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앞선 설문조사에서 육아휴직을 경험한 변호사는 12%에 그쳤다. 남성변호사의 경우 전체 응답자 660명 중 3.5%만 해당했다.

국가통계포털(KOSIS)이 공개한 2016년 육아휴직 관련 통계자료에 따르면 100인 이상 기업 내 관리자급 여성근로자 3779명 중 45%가 육아휴직 신청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응답자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변호사 현실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 수치다.

법원·검찰 등도 일·가정 양립을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지난해 11월 서울고법 이승윤 판사가 과로로 돌연사하면서 법조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초등학생 두 아들의 엄마였던 이 판사는 주말도 반납하고 매일 새벽까지 업무를 처리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대법원은 법관들의 일·가정 양립을 위해 근무 환경 개선 방안을 강구하고 나섰다. 3월 열린 전국법원장간담회선 온라인 원격근무제 활성화를 위해 현재 서울과 부산에 있는 스마트워크센터를 전국으로 확대키로 결정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검사 인사 관계 법령들을 제·개정했다. 검사들이 출산과 육아 등으로 인해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함으로써 안정적으로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대표적으로 ①일반검사 인사 시기 규정 ②출산·육아목적 장기근속제 확대 ③육아·질병휴직 중인 경우 평정대상 제외 등 개선이 이뤄졌다.

부산 지역 C검사는 “검찰 내에도 출산전후휴가나 육아휴직, 난임휴가 등 사용이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며 “일·가정 양립을 위해선 조직 내 상호 이해와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대한변협 일과가정양립법조문화상’을 수상한 법무법인 숭인 양소영 대표 변호사는 “일·가정 양립은 여성만의 몫이 아니라 남성은 물론 우리 사회 전반의 협심을 필요로 한다”며 “로펌 대표들에게도 소속 변호사의 일·가정 양립이 종국적으로 회사에 좋은 기여가 된다는 인식과 믿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협은 일·가정 양립은 일부 변호사의 성공 사례가 아니라 보편적인 일상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변협은 △육아휴직에 따른 소송복대리 전담 변호사 활성화 △유연근무제 도입 △보육시설 확대 △사업주 지원 확대 등 다양한 지원책을 연구함으로써, 변호사들의 출산과 육아를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일·가정 양립을 위한 법조 환경을 조성해갈 방침이다.

/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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