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과연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한가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때마다 분명 법은 평등하지만, 법을 이용하는 건 평등하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당연히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해왔듯이 재판부에서 추가 기소된 공소사실로 영장 재발부가 가능하지 않을까 상식적으로 생각해왔는데요. 재판장님 문제의식대로 혐의의 중대성 및 구속 사유를 판단함에 있어서, 재판부가 적법하게 조사되지 않은 증거를 활용해도 될지를 말씀하신 걸 보고 문제제기가 가능할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지난 8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구속 연장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추가 심문 기일에서 임 전 차장이 직접 한 말이다.

이날 법정에서는 아직 조사되지 않은 증거를 토대로 구속 여부를 판단해도 되는지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의 공방이 치열했다. 추가 기소된 범죄 혐의가 임 전 차장의 신병을 계속 붙잡아둘 정도로 중대하다고 소명되는지, 증거 인멸이나 도망의 우려는 없는지 외에 재판부가 절차의 정당성까지도 하나씩 따져본 것이다. 임 전 차장 스스로도 추가 기소된 범죄 혐의로 재판부가 구속 영장을 새로 발부하는 건 “관행적으로 해왔던 일”이라고 인정한 만큼, 보기 드문 낯선 공방이었다. 만약, 임 전 차장이 아닌 일반적인 재판 당사자였다면 가능했을지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임 전 차장의 재판에는 수많은 전·현직 법관들이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지만, 이들이 법정으로 들어가는 모습은 대부분 공개되지 않고 있다. 법을 잘 아는 이들인 만큼 ‘증인지원 절차’를 신청해, 일반인이나 취재진에게 공개되지 않은 통로를 통해 법정에 들어서기 때문이다. 증인으로서 마땅한 권리를 누린 것이지만, 법을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이었다면 누릴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 남는다.

문득, 변호사 없이 혼자 법정에 나온 피고인이 재판장에게 물어본 질문이 생각난다. 자신의 앉은키만큼 쌓인 봉사활동 증명서들을 가져온 피고인에게 재판부가 “원본을 제출하면 다시는 돌려받을 수 없으니 복사해서 내라”고 하자, 피고인은 “어디서 복사하고, 그걸 또 어디에 내야 하느냐”고 물었다. 사실 법을 잘 모르는 일반 사람들에게는 재판을 받고 소송을 하는 그 과정 하나하나가 난관이다.

잘 아는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는 법을 두고, 과연 법 앞에 모든 국민이 평등하다고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유호정 MB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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