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 사흘간 코엑스에서 2019 바이오코리아 전시회가 성황리에 열렸다. 2006년부터 14년째 열린 이 행사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충북도 공동주최로 첨단 바이오산업과 보건 의료기기 분야에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전시회로 발전해, 세계 주요기업이나 연구기관들이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기능을 성공리에 수행하고 있다.

바쁘지만 짬을 내어 그 전시회를 참관했다. 비록 나이 먹은 구세대 지재권 변호사지만, 그냥 은퇴의 길로 접어들기보다는 첨단 바이오산업 분야에 뭔가 기여할만한 역할이 있지 않을까 모색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행사기간 중 열린 IP 전문분야 콘퍼런스에 참석해서 바이오의약품 개발을 위한 특허출원 전략이나 최근 판례분석 등 최신 지재권 주제 발표를 경청했다. 바이오의약품의 유럽 및 미국 진출 시 발생하는 법률이슈 패널토의와 바이오의약품 공동개발 계약 시 발생하는 지재권 이슈에 대한 발표도 있었다.

세미나장을 가득채운 인파와 학구적 자세를 통해 바이오산업과 지재권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융성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옆방에서 열린 의료기술 R&D 세미나도 잠시 참관했다. 병원이 주도하는 연구개발에 로봇기술 도입이나 기업의 민첩한 접근방식(agile approach) 등 의료기기 개발에 관한 최신 정보와 기초지식도 귀담아 들었다.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은 단기간에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고, 앞으로도 엄청난 발전가능성과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인천 송도 자유경제특구에 삼성바이오, 셀트리온 같은 대기업이 세계적 규모의 공장을 가동하면서 특허보호 기간이 만료된 복제 의약품의 생산, 즉 바이오시밀러 분야는 나름대로 충분한 국제 경쟁력을 확보했다. 하지만 정작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 역량은 아직도 낙후된 실정이라 한다. 흔히 오가는 말에 우리나라는 ‘천재’가 있어도 꽃을 피우기 어려운 풍토라고 한다. 단지 자금조달 뿐만 아니라, 임상시험 규제기준, 특허출원 및 심사절차의 번잡, 정부데이터 제출, 영업비밀 보호의 곤란 등 연구개발을 둘러싼 여러 가지 난관 때문이다.

이런 한국적 풍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의약분야 전문성을 갖춘 지재권 전문변호사와 변리사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력이 필요하다. 한국 바이오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서는 숨어 있는 ‘바이오 천재’를 발굴하고 장려하고 보호하려는, 창조적 사고와 법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법과 기술’의 교차점에서 지나친 법의 우위로 인한 기술진보의 억제를 예방하고 산업발전을 권장하기 위해서는, 전문지식에 기초한 법적 자문이 반드시 뒷받침 돼야 한다.

지재권 전문변호사의 사명은 인류 건강에 이바지할 ‘신약개발’을 꿈꾸는 연구자를 찾아내서 그들에게 희망을 주는 데 있다. 법조인생의 대부분을 지재권과 함께 해온 필자가 뒤늦게 이 분야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 점에 있다. 물론 의약분야를 전공한 변호사라면 더 좋겠지만, 어떤 의미에선 의약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긴 세월 여러 사건을 처리한 경험이 있는 구세대 변호사의 역할 공간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부디 젊고 능력 있는 신세대 전문변호사들의 활약을 기대한다.

 

 

/정진섭 지적재산권법 전문변호사

서울회·법률사무소 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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